초록의 시간 463 친구의 생일

자목련과 백목련처럼

by eunring

백목련이 해맑은 미소 건네고

자목련이 은은한 보랏빛 미소 머금는

따사롭고 화사하게 눈부신 봄날

산 아래 친구의 생일이었어요

이번에도 우리는 마주 보며

생일밥을 함께 하지 못했답니다

나란히 강변을 걷지도 못했어요


강남 갔던 제비 돌아올 무렵

빈 주먹으로 이 세상에 온 날이

굳이 축하받을 날은 아니라고

미역국을 드셔야 할 엄마가 하늘에 계시니

일부러 미역국을 챙겨 먹지 않은 지도

한참 되었다는 친구의 생일을 앞두고

친구와 나는 톡 문자로

별일 없는 하루 고요히 보내자고 했어요

소란함이 가라앉아 마스크 벗을 수 있을 때

활짝 웃으며 함께 하자고 했죠


나중을 기약했지만

나중이라는 말을 믿지 않기에

아쉬운 마음을 담아

생일밥 대신 친구에게

생일 웃음을 선물하기로 합니다


우체국 택배 상자를 펴고

그동안 만나지 못해 건네지 못한

소소한 마음들을 차곡차곡 넣어서

친구에게 보냈어요


숨쉬기 편한 마스크 먼저 넣고

축복의 책 한 권도 챙겨 넣고

집콕 생활에 편안히 입을 수 있는 실내복과

지난겨울 만나지 못해 묵히고 만 머플러와

친구가 좋아하는 색깔의

편한 티셔츠도 하나 챙겨 넣었어요

그리고 손목이 가녀린 친구를 위해

가벼운 가방도 하나 눌러 담았죠


계절과도 상관없고

그럴싸한 스토리도 이어지지 않아서

한마디로 뜬금없고 맥락 없는 상자 안에는

선물이라기에는 그다지 볼품없고

마음이라기에는 너무 소소한

일상용품들이 담긴 셈입니다


내가 보낸 택배 상자를 받자마자

친구가 목소리를 보냅니다

특별하지 않으나 각별한 마음이

그대로 친구에게 전해졌나 봐요

친구가 하하하 웃음소리를 건네며

조르르 선물에 대한 소감을 이어갑니다


그 책 읽고 싶었어

숨쉬기 편한 마스크 필요하던 참이야

티셔츠 색깔 내가 좋아하는 색이고

실내복 편해 보여 좋다

머플러는 겨울 오면 잘 두를게

가방도 가벼워 좋아~


친구와 나는 생일밥 대신

하하호호 웃음을 나누었어요

축하한다는 말을 아끼는 대신

고맙다는 톡 문자를 보냅니다


고맙다 친구야

태어나줘서 고마워

내 친구로 와줘서 고맙다


친구야 우리

자목련과 백목련처럼 함께 하자

같은 목련이지만 서로 다른 목련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서로를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너는 거기 네 자리에서

나는 여기 내 자리에서

나란히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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