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71 음식으로 추억하는

그리운 사람들

by eunring

오징어에게는 살짝 미안하지만

오징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주 가끔 반건조 오징어를

끓는 물에 데쳐서 먹습니다


나 어릴 적 울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기계에 납작하고 부드럽게 눌러

보들보들 먹기 좋은 오징어는

요즘 눈에 잘 띄지 않아서요


구운 오징어는 꽤 맛있지만

이가 별로 단단하지 않으니

부드럽게 데쳐서 먹으며

오징어와 땅콩 등 간식을 즐기시던

그리운 아버지를 추억합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오징어뭇국을 먹습니다

어릴 적 함께 살던 고모가 끓여주시던

칼칼하고 달착지근하고 시원한 맛이

문득 그리울 때가 있거든요


엄마보다 솜씨가 좋은 고모는

이런저런 음식들을 맛깔나게 해 주어서

엄마의 음식 맛보다는

고모의 음식 맛이 더 많이 생각납니다

엄마에게는 새끼손톱만큼 미안하지만요


누구에게나 음식으로 추억하는

그리운 사람들이 있죠

보리수 언니도 아마 그러신가 봐요

돌미나리 무침 사진이 싱그럽고

향긋하고 먹음직스럽게 다가옵니다


돌미나리는 논이나 개천 등

습기 많은 곳에서 자라는 야생 미나리죠

향이 진하고 초록빛이 산뜻해서

눈으로 보기에도 쌉싸름하니 향긋하고

겨우내 몸 안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데

도움이 되는 건강 먹거리래요


어디 그뿐인가요 보리수 언니에게는

하늘의 별이 되신 친정 엄니를

생각나게 하는 봄날 추억의 맛이랍니다

사진과 함께 따라온 보리수 언니의 말씀에

풋풋하고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 있어요


'지난 주말 친구랑 시골에 가서 바람도 쐬고

끓이기엔 늙은 쑥이랑 함께 삶아

된장이랑 고추장 넣고 무쳐놓으니

먹을만해요~ 이건 먹어본 맛이라

친정 엄니가 자주 해 주시던...'


보리수 언니의 친정 엄니는

된장 같은 깊은 사랑과

고추장 닮은 붉은 꽃마음으로

파릇한 돌미나리를 조무락조무락 무쳐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딸에게

봄날의 추억으로 건네셨군요


고운 봄이 오고 마음 쓸쓸해지면

두고두고 엄마의 맛을 기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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