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70 아예사랍니다
팝콘 수국 아예사
다예사인 줄 알았습니다
눈에는 생각이 그대로 비치는 것 같아요
다예라는 이름의 귀요미 소녀를 알거든요
그래서 반갑게 다예사라고 읽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예사랍니다
그리 좋지 않은 눈 크게 뜨고 다시 보니
다예사가 아니라 아예사 맞습니다
뽀그르르 팝콘처럼 피어나는 수국이래요
고소한 팝콘 한 봉지 들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던 때가
대체 언제였던가~아득합니다
아예사라는 수국 이름에서
영화관 팝콘으로 훌쩍 생각의 건너뜀이
거의 팝콘 튀겨지듯 해서 혼자 피식 웃다가
고소하게 먹는 팝콘에 예쁜 팝콘 수국이니
거기서 거기라고 스스로 용서합니다
똘망똘망한 옥수수 알갱이를
고소하고 짭조름하게 튀겨낸 팝콘은
영화관 대표 간식이지만
게임을 할 때 화풀이라도 하듯
키보드를 마구 세게 두드릴 때 나는
타다닥 소리를 팝콘이라고 한다는군요
팝콘 터지듯 화가 터지며 나오는 소리라
그렇게 부르는 모양입니다
팝콘 브레인이라는 말도 있대요
디지털 세계의 강한 자극에만 반응할 뿐
타인의 감정에 무심하고 느리게 변화하는
진짜 현실에도 무감각해진 뇌를
팝콘 브레인이라고 말한다는군요
낯설고 재미난 표현이지만
가만 생각하면 웃프고 씁쓸하기도 해요
팝콘이라는 이름 하나로
징검다리 건너듯 생각의 팝콘을
이리저리 제멋대로 톡톡 튀겨내다가
다시 꽃 이름 팝콘 수국으로 돌아옵니다
예쁜 꽃잎처럼 보이지만 꽃받침 조각이라
진짜 꽃이 아닌 장식화라는 작은 꽃잎들이
아기 손가락처럼 꼬물락꼬물락
사랑스럽게 안으로 말린 모습이
금방 튀겨낸 팝콘을 닮아 팝콘 수국인데
소용돌이 수국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수국은 거의 향기가 없다지만
팝콘 수국은 은은한 향기까지 머금고
장식화 꽃 이파리 하나하나가 네 갈래로
오목하게 손을 구부리듯이 말려들어가
귀엽고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죠
보랏빛 라일락을 닮은 꽃들이
올망졸망 피어나기 시작하면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오랫동안
곱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여준답니다
아이샤라고도 부르는 아예사가
크림색 감도는 흰꽃으로 피어나기 시작해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짙은 인디언 핑크로
산성 토양에서는 신비로운 푸른빛으로
중성 토양에서는 잿빛이 감도는 보랏빛으로
팝콘처럼 피어나기 시작하면
이미 여름 한복판인 거죠
날씨와 흙의 성질에 영향을 받는
꽃의 빛깔로 인해 진심이니 변심이니 하는
여러 꽃말이 생겨난 듯한데
세상에 영원한 건 없으니까요
영원을 바리는 건 인간의 욕심이고
부질없는 집착인 거니까요
수국의 학명은 라틴어로
물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이래요
꽃 이름에 물이 들어 있으니
당연히 물을 좋아하는 꽃이고
비와도 친한 감성적인 꽃이랍니다
한자어로는 수구화(繡毬花)라 부르는데요
비단으로 수를 놓은 듯 곱고 둥근 꽃이라는군요
작은 꽃들이 소담하게 모여 사랑스러운
꽃의 이름으로 잘 어울립니다
팝콘 수국 아예사가 고요히
소란하지 않게 팝콘 모양으로 터지기 시작하면
여름날 더위 속에서 장마가 시작되겠죠
그 무렵에는 온 얼굴로 활짝 웃으며
우산 활짝 펴고 초록빛 여름 비 내리는 길을 걸어
그리운 사람들을 맘껏 만나고 싶어요
고소한 팝콘 한 봉지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음 놓고 신나게 영화도 보러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