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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n 28. 2024

초록의 시간 790 쏠쏠하다는 말

재미 쏠쏠한 하루

쓸쓸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쏠쏠하다는 말입니다

좋아하고 아끼는 말들 중

열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애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아파트 입구에 놓여 있던

수국 화분들이 사라지고

올해는 다른 화분들이 놓여 있어서

아쉬운 마음에 작은 수국 화분을 사서

베란다에 오며 가며 들여다봅니다


아침마다 이를 닦을 때나

건조대에 촤라락  빨래를 널 때

수국 꽃송이의 빛깔이 다채롭게

오밀조밀 변해가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처음 꽃송이가 맺힐 땐

티 하나 없이 맑은 하양이더니

스르르 젖어드는 연두였다가

꽃이파리가 점점 피어날수록

고운 연초록으로 물이 들고

분홍이 되었다 싶으면 다시 진분홍

명랑한 핫핑크로 진해지다

오묘한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점점 잉크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변해가는 꽃 빛깔을 바라보며

세상에 영원한 건 1도 없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에 고개 끄덕끄덕~

수국꽃도 그 나름 살기 위해

얼굴빛을 바꾸는구나 생각하면

짠하고 애틋하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변해가는 빛깔이 곱고 예뻐서

다행이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주변에서 자잘하게 느끼는

쏠쏠한 재미들이 꽃빛깔처럼 좋은데

쏠쏠하다는 말까지 재미납니다

수준이나 정도가 괜찮거나

기대하던 것 이상일 때

쏠쏠하다고 하는데요

한 마디로 제법 괜찮다는 거죠


같은 의미를 가진

쑬쑬하다는 말도 있고

감칠맛이 있게 조금 짜다는 뜻의

짭짤하다~ 는 말도 있는데

실속 있고 값지다는 뜻을 가졌으니

쏠쏠하다와 거의 비슷한 말인 셈입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데

오 다르고 으 다른 건

제법 차이가 큽니다

쏠쏠하다와 쓸쓸하다는

의미가 전혀 다르니까요

외롭고 적적할 때 쓸쓸하다~고 하죠


나를 향해 다가오는 모든 것들이

심쿵 소리 나게 반갑고 설레거나

특별한 재미를 안고 오지 않더라도

쓸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가끔씩은 자잘한 것이라도

쏠쏠하게 재미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요

쏠쏠하다는 발음은

도레미파솔 솔 음정으로 하면

더 밝고 환하고 유쾌하게

날아오르는 기분이 될 것 같아요

도레미파쏠~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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