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Jul 18. 2024

초록의 시간 807 바람개비를 닮았어요

마삭줄꽃이래요

산 아래 친구와

비 안부를 나누며

여기는 비가 잠시 개는 듯

거기는 억수같이 쏟아지는 중

그러다 친구가 이렇게 말합니다


하긴 제법 먼 거리라고

같은 서울이지만 걸어가면

한나절은 걸린다기에

톡문자는 금방이라고 답을 하고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까르르 웃습니다


마치 서로를 향한 바람으로

바람개비처럼 손을 흔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또 혼자 웃습니다

그렇군요 친구란

서로를 향해 팔랑이는 바람개비죠

바람이 불지 않을 땐 입으로 후

바람을 불듯이 톡문자를 날립니다


새하얀 꽃이 하얀 바람개비 같은

마삭줄꽃이 되어 서로를 향해 웃는

빗방울 톡톡 꽃다운 우정입니다

바람이 불어오면 핑그르르

서로를 위해 맴맴

맴을 돌 것만 같아요


바람개비를 어릴 적에

팔랑개비라고 불렀던 생각이 납니다

종이로 팔랑개비를 만들어 주시던

할머니는 도르라기라고 하셨어요

빙그르르 돌아가니까 도르라기

호루라기 닮은 이름이 재미나서

까르르 웃기도 했었죠


알록달록 바람개비를 손에 쥐고

골목길천방지축 뛰어다니며

바람 따라 핑글핑글 핑그르르

손끝에서 신나게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럼 날아오르고 싶던

철부지 어린 시절이 떠올라

문득 아련해집니다


바람개비를 닮아서

바람개비꽃이라고도 부르는

초여름에 피어나는 마삭줄꽃은 

하얀 바람개비꽃인데요

팔랑팔랑 기억을 퍼올리는 꽃이라

팔랑개비꽃이라 부르고 싶어요


송이송이 꽃 모양이

재스민꽃이랑 비슷하고

은은한 향기까지 재스민향을 닮아

아시아의 재스민이라고도 불린답니다


새하얀 꽃의 부리가

바람개비처럼 비틀려 있고

처음엔 하양이다가

점점 노랑으로 물들어요


사계절 푸른 마삭줄

바위나 나무를 감아 오르는

덩굴식물인데 진한 녹색의 잎이

겨울에는 녹갈색으로 변하고

한겨울에 붉은 단풍이 물들기도 한답니다


같은 꽃이라도

잎과 꽃이 작으면 마삭줄꽃

잎과 꽃이 크게 피어나면

백화등꽃이라 부른다는 말도 있어요


등나무 줄기를 닮은 가지 끝에

하얀 꽃이 하얀 등불처럼

환하게 피어서 백화등이라니까

마삭줄과 백화등은

 집안 자매들인 셈인데요


꽃 모양이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으나

백화등꽃의 얼굴이 더 크다고 해요

마삭줄 잎은 얇고 잎맥이 뚜렷한데

백화등 잎은 두껍고 둥근 편이고

잎맥이 거의 없이 매끈하답니다


백화등이 마삭줄보다

줄기가 굵고 꽃이 많이 피어나고

향기도 진하다는 걸 보면

백화등이 아마도 언니뻘인가 봐요


꽃말이 꽃처럼 고와요

하얀 웃음 속삭임 매혹이랍니다

하얀 미소가 매혹적인

속삭임의 꽃인 거죠


공기정화 식물이라

베란다에서 키워도 좋답니다

공중걸이화분에 치렁하니 늘어지도록

햇살과 바람 잘 드는 창가에 걸어두고

친구처럼 지내볼까요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햇살 머금은 눈꽃처럼 반짝이다가

바람에 핑그르르 맴도는

바람개비가 되어 핑그르르

나를 안고 날아오를 것 같아요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806 낯선 나라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