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89 그 시절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
장미의 계절이 눈부십니다
담장을 타고 올라간 붉고 고운 꽃송이들이
지난해 피었던 그 장미는 아니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고운 봄날은 다시 오고
장미의 계절은 줄지어 이어지고
어김없이 또 이어집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나를 바꿀 수 있을까~
지금의 나와 달라진 모습일까~
해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덩굴장미처럼
새 마음으로 다시 피어나 웃을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하다가 피식 웃고 말아요
다시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이미 그 시절의 내가 아니니
그다지 소용없는 거죠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나와
분명 다르니까요
휘리릭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해도
지금의 나는 여전히 변함없이
이 모습 그대로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시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선택을 하고
타박타박 같은 길을 걸어
이 순간의 나로 돌아오겠죠
지금 알고 느끼고 생각하는 걸
그땐 분명 알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 시절의 나는 철없는 모습으로
그 시간 속에서 부대끼며 애쓰고
맞서고 발버둥 치다가 받아들이며
내 나름의 최선을 다했을 테니까요
오늘의 장미는 여전히
곱디고운 오월의 장미지만
어제의 장미와 다르고
지금의 나 역시 변함없는 나지만
그 시절의 나와 다른 것이 당연한 거죠
철없으면 철없는 대로 애쓰고
철들면 철드는 대로 더 많이 애쓰는
우리 인생도 오월의 장미 못지않게
곱고 눈부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곱고 다정한 봄날이 무르익을 무렵
초여름을 마중하듯 줄지어 피어나
담장을 물들이는 송이송이 붉은 꽃들이
내일을 위해 발돋움하며 향기 퍼뜨리듯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향해 웃음 짓는
인생의 꽃도 오월의 장미처럼
곱고 향기롭습니다
철없던 어제의 내가
비록 서툴고 어설펐더라도
오늘의 나는 조금씩 철들어가며
시들어 고개 떨구는 순간까지 여전히 당돌하고
내일의 나 역시 갓 피어난 한 송이 장미처럼
거침없이 당당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