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90 어머니의 눈물은
사랑입니다
어머니의 눈물은
고운 꽃에 맺히지 않아요
어머니의 눈물은 차마
곱디고운 꽃 이파리를 적시지 못하고
꽃 아래 숨은 초록 잎사귀에 맺혀요
어머니의 눈물은
주르르 흐르지도 못하고
연잎 닮은 한련화 잎사귀에
또르르 은구슬처럼 맺혀 있어요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무성해지는
능소화 잎을 바라보다가 생각했어요
꽃이 피면 엄마랑 함께 능소화 꽃길을
느릿느릿 잠시라도 걸어보리라~
꽃등불 환하게 밝히듯 피어나는
능소화 주홍빛 꽃을 유난히 좋아하시는
엄마를 위해 능소화 빛깔로 피어난
한련화 화분을 하나 사서
베란다에 놓아두고 바라봅니다
물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잎을 닮았으나
물이 아닌 마른땅에서 피어나는 연꽃이라
한련화라고 부른다는 사랑스러운
꽃 이름까지도 애잔하고 애틋합니다
앙증맞은 초록 잎은 동그란 방패를 닮고
빛깔 고운 꽃은 투구를 닮은 한련화는
황금빛 아름다운 연꽃이라서
금련화라고도 부른다는데
금련화보다 한련화가 더 어울립니다
영양이 풍부한 흙에서는
동그란 방패 같은 잎들이 무성하게 자라
꽃이 피지 않기도 한다는군요
달콤 향기를 내는 고운 꽃과
톡 쏘는 맛을 내는 잎과 연한 줄기와
야무진 씨앗까지 먹을 수 있는데
비타민C와 철분이 풍부하답니다
매콤한 맛을 내는 꽃을 먹을 때는
암술과 수술은 떼어내고 먹으라는군요
시들어가면서도 꽃의 빛깔이
여전히 고운 한련화는
꽃 진 자리에 맺힌 씨앗이
누르스름하게 익을 무렵
살짝 건드리면 툭~하고 떨어진대요.
한련화 씨앗을 심을 때
상처를 내 심거나 하룻밤 물에 불려
부드러워진 씨앗을 심으면
발아가 쉽고 빠르다고 합니다
그만큼 단단히 여물었을
어머니의 슬픔이 느껴집니다
겨자처럼 톡 쏘는 맛을 내는
빛깔 고운 꽃잎을 밥 위에 살짝 얹은
향기로운 꽃밥 한 그릇
엄마에게 대접해 드리고 싶은
지금은 사랑의 오월입니다
사랑이 깊은 오월은
설움도 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