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92 피터팬과 팅커벨
피터팬 수국이래요
매력적인 꽃입니다
신비로운 청보랏빛 꽃도 예쁜데
이름까지 멋진 피터팬 수국이랍니다
피터팬처럼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은
별빛 품은 청보라 꽃송이들이
곱고 예쁘고 싱그러워요
이미 어김없는 어른이지만
어른이라는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때면
영원한 소년 피터팬처럼 하늘을 날아올라
영원히 나이 들지 않는 네버랜드로
휘리릭 날아가고 싶은 내 마음을
다독이기라도 하듯이 곱게 피어난
피터팬 수국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수국은 수국인데
동화 속 주인공 피터팬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유가 문득 궁금합니다
피터팬처럼 나이 들지 않고 자유로이
푸르른 소년으로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피터팬 수국이라고 이름 지었을까요?
피터팬 수국은 산수국의 개량종이래요
키가 다 자라면 1미터 정도이고
풋풋한 라임색으로 꽃이 피어나기 시작해
흙의 영향에 따라 분홍색으로도 피고
푸른빛이 감도는 보라색으로도 핀답니다
산수국 종류라 답답한 집안보다는
툭 트인 밖에서 잘 자라는 피터팬 수국은
햇볕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꽃이 빨리 맺히고 많이 핀다는데요
초여름 피어난 첫 꽃볼을 잘라주면
가을에 한번 더 고운 꽃을 볼 수 있다니
부지런한 손끝에서 꽃도 부지런해지나 봅니다
은하 수국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꽃잎을 활짝 펼치는 은하 수국과 달리
별꽃과도 같은 수줍은 얼굴을 하고 있어요
꽃 이파리의 하얀 테두리 무늬를
복륜이라고 한다는군요
피터팬은 어른이 되지 않는
영원한 소년입니다
영국 작가 제임스 매튜 베리의 동화극
피터팬의 제목이고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죠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나라
네버랜드의 소년 피터팬이
강아지에게 빼앗긴 그림자를 찾기 위해
단짝 요정 팅커벨과 함께 나섰다가
웬디 덕분에 그림자를 찾고
인간 세상의 소녀 웬디와
웬디의 동생 마이클과 존과 함께
네버랜드로 여행을 떠났다가
해적 후크 선장과 싸우는
모험을 그린 재미난 이야기인데요
나이보다 어려 보이거나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피터팬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어른들의
여러 가지 심리적 증후를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한답니다
현실 속 피터팬은 한 마디로
어른 아이인 거죠
동화 속 피터팬의 단짝 요정인
팅커벨 수국도 있답니다
피터팬 수국과 남매 수국인가 봐요
팅커벨 요정의 날개 같은 핑크 꽃송이가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수국 화분의 흙에 백반을 얹어 주면
파랑 꽃으로 물든다는데
팅커벨 수국은 사랑스러운
분홍이 더 어울립니다
피터팬의 요정 팅커벨은
벨이 이름이고 팅커는 별명인데
팅커는 땜장이라는 직업이래요
그러니까 팅커벨은 땜장이 요정 벨인 거죠
종소리나 방울소리로 의사 표현을 하는
피터팬의 요정 팅커벨처럼
수국 팅커벨도 잘랑잘랑 벨소리를 낼까요?
피터팬처럼 하늘을 날아오를 수 없지만
가끔은 어른의 묵직한 옷을 던져버리고 싶은
철부지 어른 아이 같은 혼잣말을 해 봅니다
청보라 피터팬 수국 곁에
단짝인 팅커벨 수국의 분홍 미소가
사이좋게 나란히 놓여 있으면 더 좋겠지만
어딘가에서 그리움의 종소리를 울리고 있을
팅커벨 수국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련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