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Jul 08. 2024

초록의 시간 798 변함이 없다는 말

카덴차와 애드리브

비 오다 빼꼼 나오고

그러다 빗방울 톡톡 후드득

오락가락 들쭉날쭉 제맛대로인

여름 변덕 날씨를 견디다 보니

셰익스피어 님의 말씀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씀아마도

누구의 것이든 인생은

한여름 장마철과도 같이

금방 터지는 눈물주머니를 가졌으나

몇 걸음만 뒤로 살그머니 물러서서

잠시 생각의 주머니를 비우고 나면

눈물주머니에 눈물 대신

웃음이 뽀글 뽀그르르 차올라

하하 호호 까르르 깔깔

웃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겠죠


날씨도 뒤죽박죽

인생도 자갈길처럼 울퉁불퉁

어깨에 힘 잔뜩 긴장을 한 채

하늘 우러르며  올 확률을 셈하거나

발아래를 젖지 않게 요리조리 살피다 보니

용감무쌍 제 맘대로인 날씨 못지않은

변화무쌍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국의 이 변하지 않으면 뭔 재미

연주자들에게 카덴차가 없으면 무슨 재미

인생의 길이 아스팔트처럼 변화가 없고

갑툭튀 뜻밖의 전개가 없다면

그 또한 뭔 재미~


카덴차를 아시나요?

곡의 엔딩 즈음에 울려 퍼지는

무반주 솔로를 말한답니다

연주자가 화려하고 자유롭게

즉흥적인 기교를 뽐낼 수 있는

클래식의 애드리브인 셈입니다


'자유롭게'라는 뜻의 라틴어

아드 리비툼(ad libitum)에서 유래된

애드리브(ad lib)는

원래 음악 용어래요


자신의 뜻대로 자유롭게~

그러나 즉흥연주는 아니랍니다

연주 전에 미리 준비해서 연습하고

준비된 만큼 제대로 연주하는

계획적 의미의 애드리브라는군요


연주할 때마다 다르다는

재즈의 즉흥연주와는 

조금 다른 의미이고

전혀 다른 매력인 거죠


대본에 없는 즉흥 대사를

애드리브라고도 하는데요

우리 인생에도 가끔은

뜻밖의 애드리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높은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먼 산 너머도 애써 헤아리지 말고

돋보기 들고 눈앞을 살피거나

고개 떨구며 발치만 내려다보지 말고

현실과도 적당한 거리를 두자~

스스로 다독이고 타이릅니다


변하는 것을 두려워 말고

변하지 않겠다고 애쓰지도 말며

예상 밖의 흐름에

너무 앞서가지도 말고

표 나게 뒤처지지도 말고

변하면 변하는 대로 흘러가 보자~고


내 인생의 대본에

코 나오지 않을 법한

멋들어진 애드리브도 빵빵 쳐가면서

인생의 즉흥 재미를 즐겨보자고 하면

뜬금 헛소리일까요


영화 '로마의 휴일'에도

애드리브 명장면이 있답니다

조(그레고리 펙) '진실의 입' 조각상 앞에서

손이 없어진 것처럼 장난을 치는 장면이

바로 배우의 애드리브였다고 해요


'카사블랑카'에서 릭(험프리 보가트)의

'그대 눈동자에 건배'라는 명대사도

'지켜보고 있다'라는 의미에서 나온

배우의 애드리브였다고 하니까요


우리 인생의 명장면이나 명대사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철저하게 계획하고 연습한 애드리브이거나

느닷없는 갑툭튀 애드리브에서도

순간의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으니

가끔은 수국처럼 낯빛을 바꾸며

전혀 나답지 않은 애드리브도

유쾌하게 날려보자고~요


명장면이 되거나

흑역사가 되거나

어차피 반반이니

그 또한 어쩔~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797 길 하나를 바꿔 걸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