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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l 09. 2024

초록의 시간 799 바람꽃이 되어

시계바람꽃

아파트 입구를 나서다가

양손에 어린 남매를 끌고 들어서는

젊디 젊은 엄마를 만납니다


니들 엄마 없어도

너희끼리 잘 살 수 있어?

꾹꾹 눌러 담은 엄마의 목소리가 

잔물결 지듯 파르르 떨립니다

회사 다니고 너희들 키우고

밥 하고 빨래 청소까지

엄마 너무 힘들어~


젊고 어린 엄마가 무척이나 

힘들고 버거워서 속상한 모양입니다

니들이라도 착하고 순하

엄마 말을 잘 들어야지~


화를 내거나

다그치는 목소리가 아니라

하소연이라도 하는 듯

중얼중얼 혼잣말인 듯


엄마가 바람처럼 휘리릭

어디로 사라져 버려도 괜찮겠어?

절절한 엄마의 목소리에

지나가는 내가 먼저 깜놀~

어머나 사라지다니 없어지다니

엄마가 무슨 그런 말씀을~


손사래 치며 말리고 싶으나

오지라퍼가 아니므로

가던 길 그냥 스쳐 지나가며

혼자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엄마는

아이들의 시계바람꽃이잖아요

인생의 시곗바늘처럼 또박또박

반듯하게 걸어가야 하잖아요


바람꽃처럼 흔들리더라도

멈추거나 주저앉거나

너무 앞서가거나 뒤처지거나

비틀대거나 뒤뚱거리면 안 되잖아요


평생 엄마바라기 자식들

평생 자식바라기 엄마들

서로를 위해 째깍째깍

쉬지 않고 걸어가야 하는

서로를 위한 시계바람꽃이잖아요


가끔은 바람꽃 되어

바람에 흔들리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해요

서로를 위하여 하늘거리는

시계바람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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