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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l 11. 2024

초록의 시간 800 결이 고운 하루

결이 고운 사람

집 근처 페이스트리 유명 빵집에서 사 온

초승달 모양의 크루아상을 반으로 나누어

커피 곁에 나란히 두고 잠시 생각합니다

초승달을 반으로 나누었으니

초승반달이구나~


그리고 또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가 초등달처럼

작아도 갸름하니 예쁜 하루였으면~

크루아상의 결처럼 고운 하루이기를~


살짝 스치기만 해도

파사삭 부스러지는 크루아상

겹겹의 고운 결이 저마다 살아 있듯이 

오늘 하루가 결 고운 하루이기를

결 고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를

나 역시 결이 고운 사람이기를~


바삭하면서도 보들보들한

크루아상은 3절 접기로 만든

퍼프 페이스트리를 여러 번

공들여 접고 펴는 과정을 통해

켜켜이 층을 만들어낸다고 해요


층층이 고운 결이 살아 있는

크루아상 한 조각을 먹으며

결에 대해 생각합니다


결이란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를 의미한다는데요

결이란 그 나름의 무늬인 걸까요

물결 숨결 살결 나뭇결 말의 결 등

결이 붙는 말이 제법 있어요


결이 참 곱다고 표현하죠

비단결 같은 마음이라고

피부결이 곱다고

손의 걸이 매우 곱다고

느티나무의 목질이 단단하고 결이 곱다고

결이 곱다는 말은 어디에 써도

고운 무늬를 칭찬하는 말 같아요


종이의 결도 있어요

종이는 세로로 휘어 넘어지기 때문에

책이나 공책을 만들 때도

결을 거스르면 안 된다고 해요


요즘 만나기 쉽지 않은

세모시는  올이 섬세하고

결이 곱다고 하죠

얇고 가볍고 투명한

잠자리 날개 같다고 하는데

그러나 모시옷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고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답니다


결이 비슷한 사람도 있고

아주 다른 사람도 있듯이

접고 접고 또 접어서 만드는

크루아상도 결이 비슷한 친구가 있어요


크루아상과 쿠키를 합친 크루키는

크루아상 안에 초콜릿칩 쿠키  반죽을 넣어 만들고

크루아상과 와플을 합친 크로플은 와플팬에

크루아상 생지를 넣어 굽는 디저트이니

결이 비슷한 친구 디저트인 거죠


생각은 여기까지

머리를 개운하게 비우고

바르셀로나 크루아상 맛집이라는

호프만 베이커리에 간 셈 치고

겉 바삭 속 보들보들한

결이 고운 크루아상 한 입 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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