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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Sep 05. 2022

초록의 시간 511 바람아 안아줄게

바람의 숨소리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안고

빗방울 우수수 비꽃 되어 흩어집니다

아직은 바람소리 거칠지 않으나

여리고 순한 꽃송이들이

고개를 떨구고요히 숨을 죽입니다


그렇군요

꽃은 말없이 다만 웃을 뿐이지만

꽃들도 애틋한 숨을 쉬며 살고

눈빛에 담긴 애잔한 인생이 있고

서두르지 않고 꽃들의 길을 가듯이

바람도 불어오기 위해 숨을 쉬고

한 줄기 스치는 바람에아픔이 매달려

어디론가 날아가는 바람의  따라

발자국 남지 않고 흘러갑니다


때로는 보이지 않게

살랑살랑 나뭇잎을 흔들며 지나가고

여리고 순한 숨결로 다가서서

아련한 설렘을 주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거친 숨 몰아쉬며

고운 꽃 피리 마구 흩트리기도 하고

모든 것을 쓸어안고 휘몰아치기도 해요


그렇군요

바람도 숨을 쉬어요

바람소리는 바람의 아픈 숨소리인 거죠

바람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지나고 나면

마음에 응어리진 이런저런 감정들도

바람의 품에 안겨 사라질까요


주저앉아 울고 싶은 건

꽃도 바람도 마찬가지인 거고

꽃은 웃고 있으나 활짝 핀 미소 아래

소리도 없는 울음이 머무르고 있어요

바람이 화를 내듯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도

주저앉아 펑펑 울고 싶은 마음을

애써 감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요

생각하는 인생이고 느끼는 삶이듯

을 스치고 나뭇잎 사이로 사라지며

꽃잎을 흔들어 떨어뜨리는 바람도

생각하고 느끼며 살아가는  바람이니까요


눈물길 즈려밟으며 바람이 다가오면

우렁우렁 울음소리 닮은 바람의 숨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어야겠어요

바람의 생각에 귀 기울이며

바람이 지나온 걸음걸음마다 맺힌

바람의 아픔과 슬픔도 느껴볼래요


한 줄기 바람도 아무 이유 없이 불거나

아무 생각 없이 달아나 않을 테니

바람이 전하는 한마디 말을 헤아리다 보면

차마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들 테지만

바람의 길을 헤아리며 함께 날아보고 싶어요


한 줄기 바람도 바람의 길을 따라

슬픔의 옷소매 펄럭이며

살기 위해 불어오

지나가는 바람도 아픔을 견디며

또다시 어디론가 불어간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도 같으니까요


바람아 안아줄게~

세상 모든 아픔과 슬픔들이

바람을 따라왔다가 바람에 실려 가기를

떨어져 흩어지는 꽃잎의 미소를 빌어

바람에게 전합니다


이리 오렴 바람아

불고 또 불어도 감당할 수 없는

네 슬픔을 안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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