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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Sep 01. 2022

초록의 시간 510 가을 인사

커피를 닮은 가을입니다

빛깔과 향기와 씁쓸한 맛까지도

커피를 닮은 가을입니다

그대에게 건네는 가을 인사는

가을 빛깔의 커피 향에 담아

잔잔한 바람결에 실어 보냅니다

바람이 전하는 가을 인사는

말 대신 가을 향기로

그대 옷깃을 스칠 거예요


여름을 안고 떠나는 바람결에

가을 인사 얹어 보냅니다

눈부시게 쏟아지는 빛의 결도 다르고

따갑게 내리쬐는 볕의 소리도 달라지고

스치는 바람의 향기도 다르다고

그대에게 가을 인사를 전합니다


남겨졌으나 여전히 고운 모습으로

하늘하늘 지난여름을 추억하는

여름 꽃의 애잔함바라보며

그대에게 건네는 가을 인사는

감성적이고 멜랑꼴리합니다

한여름에 피어나 가을을 맞이하는

여름 꽃이 내게 건네는 물음 때문입니다


다시 지난여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뜨겁고 강하고 힘차게 맞닥뜨리며

여름의 날들을 보낼 거냐고~

묻는 여름날의 꽃을 향해

아니라고 나는 고개를 내저어요


소낙비 같은 열정은 이미 사라지고

다시 아련한 봄날로 돌아간다 해도

연하고 부드럽고 순한 사랑은

어차피 시작하지 못할 테니

굳이 지난 시간을 아쉬워하지 않겠노라~

고개를 내저으며 중얼거립니다


이제는 다만 흐르고 싶어요

고요히 흐르고 적막하게 머무르고 싶어요

지나는 바람에 꽃 이파리처럼 흔들리고

눈부신 별빛에 머뭇거리기도 하다가

흐르는 대로 흘러가고 싶어요


그대도 아마 그럴 테죠

지난 시간 속에 다 버리고 왔노라고

다시 그 시간 속으로 가도 그럴  같다고

그땐 철부지라 귀한 걸 귀한 줄 몰랐다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해도

여전히 철부지라 놓아버리고

터덜터덜 빈 손으로 올 거라고~


그러니 우리 아쉬워 말아요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흐르고

그리우면 그리운 만큼 머뭇거리고

순간의 기쁨이 불쑥 손을 내밀면

반갑게 그 손을 잡으며

잠시 멈추기로 해요


스치는 바람결 따라

그대에게 전하는 가을 인사는

깊고 진하고 향기로운

커피 한 잔으로 대신합니다

인생의 씁쓸함을 담뿍 끌어안으며

가을의 빛을 닮은 커피 향기 끄트머리에

쓸쓸한 눈빛과 적막한 미소가 아롱지더라도

이해하고 용서해 주기를~


잊고 잃어가며 살아도

훌훌 빈자리만큼 향기로운 가을이니까요

빛깔과 향기와 씁쓸한 맛까지도

커피를 닮은 가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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