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Jan 22. 2023

초록의 시간 541 인생의 시계

시간의 걸음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귀여운 동요 시계도 있고

방학이 다가오면 동그라미 속에

하루 일과를 그려 넣던

학생 시절 시계도 있어요


야속한 걸음으로 저 혼자 달아나다가

느닷없이 멈춰버린 고장 난 벽시계도 있고

무심한 표정으로 스르르 빠져나가는

샤라락 모래시계도 있고

유난히 느린 걸음으로 간다는

아픈 청춘들의 시계도 있고

바퀴 타고 달린다는 중년 시계도 있고

날개 달고 날아가는 노년 시계도 있어요


배고플 때 꼬르륵 배꼽시계도 있죠

째깍째깍 대신 두근두근 가슴이 함께 뛰는

그리움과 설렘의 시계도 있고

보고 또 봐도 제자리걸음인

야속한 기다림의 시계도 있는데


문 앞 배송 종이봉투에는 9:28

째깍째깍 현재 환경위기 시각이 나와 있어요

위험단계의 마지막인 12시를 향해 가는 중이래요

그렇담 지구의 환경위기 시각이 있듯이

인생의 위기를 가리키는 시계도 있을 테


몇 번의 위기를 겪고

또 몇 번의 위기를 겪어야 할까요

인생의 시계 숫자판 위를 걸어가는

인생의 시곗바늘이  위기 말고

기쁨을 가리키고 있으면 좋겠어요

큰 바늘은 기쁨 그리고

작은 바늘은 행복을 가리켰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계의 걸음은 저마다 다르지만

시간의 발걸음은 누구에게나 같아요

인생의 시계도 그럴 테죠

손목시계가 아니더라도

마음의 동그라미 안에

자신만의 인생 시계가 있어서

한순간도 머뭇거리거나 멈추지 않고

또박또박 거침없이 걸어갑니다


함께 갈래? 친절하게 묻기는커녕

먼저 가서 기다릴게 천천히 따라오라는

상냥한 약속도 없이

따라오든 말든 네 맘대로야~

저 혼자 부지런히 달아나는 

오늘의 시계를 향해

한마디 건네고 싶어요


네가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빈틈없이 돌아가는 시계라면

나는 희망정으로 흐르는 시간이야

네가 저만치 달아나도

나는 서둘러 따라가지 않아

동그란 시계 앞에서는 네모가 되고

네모난 시계 앞에서는 동그라미가 되어

나만의 시간으로 흐르고 싶은

나는 나일뿐~


내 인생의 시계는

시계탑에 갇힌 시계가 아닌

나만의 속도와 리듬을 가진 시간이거든

나풀나풀 눈꽃송이처럼 흩날리는

나만의 자유시간~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540 사랑은 쉬우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