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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an 24. 2023

초록의 시간 542 보고 싶은 사람

만날 수 있는 기쁨

새해도 새로운 시작이니 신선하고

새날도 늘 설렘으로 다가오고

첫눈도 처음 내리는 눈이라  곱듯이

새로이 피어나는 꽃도 사랑스러우나

해가 저물듯 시들어가는 꽃이 건네는

마른 꽃향기도 제법 괜찮다는 것을

다소곳이 고개 숙이며

말라가는 꽃을 보며 생각합니다


피어나는 꽃은 싱싱함으로

말라가는 꽃은 아련함으로

곁에 두고 어루만지며 보듯이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을

언제든 볼 수 있다는 건

기쁨이고 축복입니다


눈을 맞추며

서로의 눈 속에 어리고 서린

그간의 사연을 헤아릴 수 있고

목소리 주고받으며

표정을 살펴볼 수 있으니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인 거죠


세상의 모든 꽃들이 시들지 않고

처음 얼굴 그대로이기를 바라는 거나

좋은 사람들이 늘 내 곁에서

내 눈 안에 머무르기를 바라는 건

아마도 부질없는 욕심일 테니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거나

너무 높은 것을 발돋움하며 기다리거나

너무 멀리 있는 걸 잡으려 하지 말고

눈부시게 찬란한 날들을 바라지 않으며

오늘 하루 여유롭고 평온하게

지금 이 순간 잔잔히 빛나는 것도

그 나름 괜찮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눈부신 햇빛 아니라도

흐린 날의 부드러운 빛도 괜찮고

밤길을 밝히는 은은한 달빛이나

멀리서 소리도 없이 날아오는

뽀시래기 별빛이면 또 어때요


보고 싶은 사람들도 때로는

만날 수 없으니 그리운 얼굴이 되어

영롱한 별빛으로 맺히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달빛으로 스며들거나

애잔한 달그림자로 오기도 하니까요


지금 이 순간이 쌓여 오늘이 되고

오늘이 모여 내일이 되는 것이니

맘껏 누리거나 즐기지 못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기꺼이 안아주기로 해요


그 무엇이든

안아주면 비로소 내 것이 되고

내치거나 물러서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면 순해지는 것이

운명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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