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Jan 27. 2023

초록의 시간 543 인생의 문

회전문 같은

하염없이 내리던 눈이 멎으니

바람 한바탕 불어대고

바람 잔잔해지니

금싸라기 같은 볕이 쏟아집니다


어제는 눈이 내리고

오늘은 볕도 내리고

심심할까 봐 바람도 몰아치는

그것이 자연이고

그 또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회전문을 통과할 때마다

하루하루가 회전문 같다는 생각에

피식 웃곤 하는데

날씨도 회전문을 통과하며

맑았다 흐렸다 비 오다 바람 불다

시도 멈추지 않고


인생도 회전문을 통과하며

울다 웃다기 해맑다가 찡그리다

그리고는 빙그르르 돌고 돌아

제자리인 듯 다른 자리에

제자리걸음인 듯 한 걸음씩 나아가며

머무르지 않고 시간을 쌓아갑니다


그래요 오늘 하루도

기꺼이 살아보기로 해요

때론 엎어지고

조심하다가도 미끄러지며

그래도 내 몫이니 끌어안고

나의 길이니 가 보기로 해요


가다 보면 고단해질 때쯤

정다운친구도 만나고

걷다 보면 고달프게 마주치는 눈비도

쓰디쓴 만큼 약이 되고


이런저런 상처들도 견디다 보면

단단히 아물어 알알이 고운

인생의 붉은 열매로

꽃보다 곱게 맺히리라 희망하며

햇살 같은 생각을 반짝 머금어 보는

추운 겨울 아침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542 보고 싶은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