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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an 28. 2023

초록의 시간 544 인생의 꽃길

인생의 바람길

오늘 아침 테이크아웃해온

노랑 커피 슬리브에 적힌 문구는

꽃길만 걸으세요~입니다


가만 들여다보며 중얼거립니다

꽃길이 어디냐~고

물론 대답을 기대하지 않아요

인생의 꽃길이 어디 있냐는 물음에

선뜻 대답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요


누군가 내게 다가와 길을 물으면

잘 아는 길도 그 순간 버벅대며

머릿속에서는 이미 뻔한 길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합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길을 물을 때

그 사람도 역시 그럴 테죠


눈앞의 길을 알려주기도 쉽지 않은데

인생의 길은 더 어렵고 막막해서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뜻 입을 떼지 못할 거고

인생의 꽃길은 더구나 아득해서

누구나 묵묵히 입을 다물고 말겠죠


꽃길만 걸으라는 말을 듣거나

꽃길만 걸으세요~문구를 볼 때마다

혼자 생각하곤 합니다

꽃길이 밝고 환하고 보드라운

봄길임은 분명하지만

인생의 꽃길은

인생의 봄길을 말하는 건 아닐 거예요


인생의 바람길이

외로이 혼자 가는 길이라면

인생의 꽃길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대며

함께 가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생의 꽃길을 향기로이 걷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 기대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인생의 길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살포시 마음을 기대는 것은

엉기거나 치대는 것과는 분명 다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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