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테이크아웃해온
노랑 커피 슬리브에 적힌 문구는
꽃길만 걸으세요~입니다
가만 들여다보며 중얼거립니다
꽃길이 어디냐~고
물론 대답을 기대하지 않아요
인생의 꽃길이 어디 있냐는 물음에
선뜻 대답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요
누군가 내게 다가와 길을 물으면
잘 아는 길도 그 순간 버벅대며
머릿속에서는 이미 뻔한 길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합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길을 물을 때
그 사람도 역시 그럴 테죠
눈앞의 길을 알려주기도 쉽지 않은데
인생의 길은 더 어렵고 막막해서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뜻 입을 떼지 못할 거고
인생의 꽃길은 더구나 아득해서
누구나 묵묵히 입을 다물고 말겠죠
꽃길만 걸으라는 말을 듣거나
꽃길만 걸으세요~문구를 볼 때마다
혼자 생각하곤 합니다
꽃길이 밝고 환하고 보드라운
봄길임은 분명하지만
인생의 꽃길은
인생의 봄길을 말하는 건 아닐 거예요
인생의 바람길이
외로이 혼자 가는 길이라면
인생의 꽃길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대며
함께 가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생의 꽃길을 향기로이 걷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 기대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인생의 길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살포시 마음을 기대는 것은
엉기거나 치대는 것과는 분명 다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