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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Feb 04. 2023

초록의 시간 548 겨울아이

그리고 봄돌

볕이 잘 드는 중앙도서관에서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바람을 안고 언덕을 내려오며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와 나는 이제

책 대신 드라마 이야기를 합니다


서로 각자의 집에서

각자의 티브이로 드라마를 보며

지금 뭐 보니? 톡문자를 보내는데요

취향이 비슷해서인지

대개는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있어요


산 아래 사는 친구와

강 가까이 사는 나는

산동네 친구와 강마을 친구가 되어

진지하게 책 이야기를 나누던

철부지 청춘의 시간들을 훌쩍 건너뛰어

이제는 티브이 이야기에 

하하 호호 철없이 웃고 재잘대

우정의 시간차곡차곡 쌓고 있어요


물론 늘 웃을 수만은 없죠

오늘은 회색빛 구름 하늘이라고

그래도 구름 속에 어김없이 해가 있다고

서로를 다독이기도 합니다


사람 사는 것이 다 다르죠

집이 다르고 가족이 다르고

소파와 식탁이 다르고

말투와 습관과 식성도 다르고

내다보는 창문 밖 풍경이

저마다 다르니까요


끌어안고 있는 희망과 걱정이 다르고

머릿속에서 구름 되어 하염없이 떠도는

생각도 다르고 하고픈 일과

가고픈 곳들이 같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사는 건 거의 비슷합니다

도긴개긴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린 그냥 길을 가는 중입니다

인생이라는 길을 가며

서로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주고받으며

웃음과 눈물을 나누는 거죠


오늘이 입춘이랍니다

겨울에 태어난 겨울아이 나와

봄에 태어난 봄돌 친구가

오늘 아침 웃으며 나눈 톡인사는


봄이 온다 친구야

차가운 겨울아이가 가고

포근한 봄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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