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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Feb 03. 2023

초록의 시간 547 함께 걸어요

봄길을 걸어요

함께 걸어요

저마다 걸음걸이도 다르고

걷는 속도와 보폭도 제각각

서로 바라보는 방향도 같지 않고

혼자 걷기에도 버거운 길이지만

그래도 우리 함께 걸어요

함께 갈 수 있는 곳까지

마음 기대며 함께 가요


저 멀리서 봄이 오는 길

먼 산 눈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강물이 서서히 풀어져 부드럽게 흐르면

온갖 생각들이 긴 머리 풀어헤치고

제멋대로 나풀나풀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음정도 박자도 어울리지 않아서

삑삑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생각들 속에서

어딘가 숨어 있던 슬픔이 기다렸다는 듯

안타까운 매듭을 풀었다 엮었다를 반복하며

가닥가닥 얽히고설킨 매듭을 부여잡고

서성이다 제풀에 주저앉아요


얼어붙은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봄이 희고 고운 손을 내밀자미자

생각이 머리 풀어헤치고 달아나고

슬픔도 덩달아 불협화음을 내며 쫓아가고

시간은 시간대로 지지 않으려는 듯

세월의 실타래를 마구 풀어헤치고

휘리릭 제 맘대로 달아납니다


그래 달아나렴

시간이 달아나듯 생각도 달아나고

슬픔도 미친 듯 저만치  달아나서

가버린 시간이 되돌아오지 않듯이

번거로운 생각과 소란한 아픔도

안쓰런 슬픔까지멀리 달아나기를

가던 길 되돌아와 

내 곁에 머무르지 않기를


시간은 또박 걸음으로

생각은 차분 걸음으로

슬픔은 나직 걸음으로

다만 스치고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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