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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Feb 10. 2023

초록의 시간 550 운명이라 쓰고

내 몫이라 읽어요

운명이라 쓰고

내 몫이라 읽어요

그리고 와락 끌어안아요

온전히 내 몫이니까요

무겁든 가볍든 어중간하든

아프든 슬프든 울든 웃든

어쨌거나 내 몫이니까요


인생이라 쓰고

내 것이라 읽어요

그리고 살포시 부둥켜안아요

누가 뭐래도 내 것이니까요

좋든 싫든 나의 것이니 안타깝고

안쓰럽고 짠하니까요


여리고 순한 봄날 꽃길을 걸을 때도

뜨거운 여름날 매정한 빗속을 걸을 때도

가을날 우수수 서글픈 바람길을 걸을 때도

한겨울 시리게 차가운 눈물길을 걸을 때도

내 길이니 피하거나 망설이거나

머뭇머뭇 돌아가지 않아요


운명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어요

사랑처럼 내 맘대로 되지 않아도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받아들이고

부실하면 부실한 만큼

더 많이 사랑해야 하는

내 몫이니까요


인생이라 쓰고 여행이라 읽어요

평탄하고 아름다운 길이 아니더라도

억지로 떠밀려 가지 않고

내 발로 걸어가는 모든 길이

눈부신 햇살을 안고 가든

아련한 달빛을 밟으며 가든

그 모든 길이 덧없는 꿈길이라 해도

나를 위해 이어지는

호젓한 여행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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