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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Feb 12. 2023

초록의 시간 551 오늘을 사랑해

구멍 송송 그림자 하트

오늘이 내게 건넨 선물은

그림자 하트입니다

손하트라고 하기에는 좀 크죠?

어스름 그림자 하트인데요

구멍이 난 몬스테라 잎사귀가 툭하니

오다 주웠다~며 벽에 그려놓은

구멍 송송 잎사귀 하트입니다


아침이면 습관처럼

몬스테라 화분을 들여다봅니다

넙죽한 잎사귀 끝에 또르르르

눈물방울이 맺히기도 하고

어느 날은 초롱한 이슬방울이

반짝 빛나기도 해요


어차피 둘 다 물방울인데

어느 날은 이슬의 영롱함으로

어느 날은 구슬픔으로 다가오는 건

내 마음이 그림자 되어

잎사귀 끝에 스며드는 까닭입니다


말없이 순하게 자라고 있는

몬스테라를 가만 들여다보면

새로 난 잎사귀의 연초록이

어제보다 조금 더 진해지기도 하고

여린 잎이 살며시 펼쳐지면서

잎 가장자리가 갈라진 찢잎이 되기도 하고

잎에 송송 구멍이 보이기도 해요


몬스테라의 찢잎은

처음부터 나오지 않는다고 하죠

키가 제법 자란 후에야 비로소

구멍 뚫린 찢잎이 나오는데

그 이유가 햇살 때문이라거나

비 때문이라거나 바람 때문이라고 해요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내 눈에는 동그란 창문처럼

자유롭고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빗방울도 지나가고

햇살이랑 바람도 지나가는

신기하고 매력적인 구멍들이

잎사귀에 뽕뽕 뚫린 몬스테라는

넝쿨식물이라 반듯하게 서지 못하고

줄기 마디마디마다 공중 뿌리가 있어서

스스로 지지대를 만들어가며

이리저리 뻗어나간답니다

물에 꽂아두면 진짜 뿌리가 나오고

각각 새롭게 자랄 수 있으니

재미난 식물인데요


줄기가 휘어지는 게 안타까워

반듯하게 자랄 수 있게

지지대를 세워줘야 하나 생각하다가

스스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제 맘껏 휘어지게 그냥 두려고 해요

억지로 묶거나 엮는 게 부담스러운

내 마음처럼 몬스테라도 그럴 거라고

그 또한 내 마음대로 생각합니다


몬스테라 도르르 말린

여린 새 잎이  나올 때마다

잎 가장자리가 갈라진 찢잎일까

송송 구멍은 몇 개나 생길까 생각하다가

또 혼자 웃고 맙니다

기다리는 건 내 몫이지만

피어나는 건 몬스테라 마음이니까요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잎사귀 하트 그림자 드리우며

몬스테라가 이렇게 속삭이는 듯~

찢잎이 될지 온전할지는 잎사귀 맘이고

잎사귀에 구멍이 날지 말지는

구멍의 맘~


게으른 데다가

하나둘 나이가 쌓이면서

에라 모르겠다~배짱만 두둑해져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며

피식 웃고 비실대며 살아가지만

단 하나 미루지 않는 게 있어요

바로 오늘을 사랑하는 거죠


고단한 어제를 보냈더라도

내일의 걱정 따위 내려놓고

지금 내게 온 오늘을 사랑해야

덤으로 오늘만큼 사랑스러운

내일이 오리라 믿으니까요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오늘이고

오늘이라는 그림자가 연하든 진하든

지금 순간의 반짝임이

몬스테라 그림자 하트 속 구멍 사이로

잔잔히 흐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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