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Feb 23. 2023

초록의 시간 552 잃고 잊어가며

비로소 알아가는

이미 잃어버린 건

사람이든 물건이든 생각이든

잊어버려야 한답니다


잃고 잊어가며 사는

우리들 삶이고 인생인 거죠

잃은 후에야 비로소 알아가는 삶이

때로 무심한 듯 가혹하지만

잃고 난 후에도 여전히 모르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에 동생이

아끼는 손목시계를 그만 잃어버렸다며 

몹시 아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쉽고 아까운  시계가 아니라

시계를 들여다보며 정한 약속들과

약속의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과

지나온 시간의 마디마디

묵묵히 스민 세월의 정이 애틋한 거죠


동그란 시계 속 시간의 발걸음 따라

기쁘고 설렜던 순간들과

슬프고 아팠던 순간들 그리고

시계바늘의 움직임과 함께

또박또박 걸어온 지난날들이 떠올라

다정한 친구 한 사람 읺은 듯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을 테죠


그래도 잃어버린 게 시간이 아닌

시계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동생에게 말했어요

잃어버린 건 그만 잊으라~고요

시계에 쌓이고 담긴 세월의 정도

그 세월과 손잡은 희로애락까지도

너무 오래 마음에 두지는 말라~고요


고소한 우유거품으로 만들어진

찻잔 속 고운 잎 하나도

잠시잠깐 즐거움을 건네다가

마시는 동안 줄어들고 찌그러져

동화 속 인어공주도 아닌데

뽀그르르거품만 남게 되듯이

이미 있었으니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 따위에 파르르

잎 하나처럼 흔들리지 말아야죠


아쉽고 안타까울지라도

어쩔 수 없이 잃고 잊어가며

비로소 알아가는 것이

우리들 삶이고 인생이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551 오늘을 사랑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