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Dec 22. 2023

초록의 시간 655 트리치 트리치

장미허브를 보며

추위가 얼음꽃처럼 반짝이는

금싸라기 금요일

오늘도 무사히~ 중얼거리며

차분히 기도하는 소녀들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둥글게 모여 앉아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것처럼 보이는

사랑스러운 장미허브를 곁에 두고

밝고 신나고 경쾌하고 재미난

'트리치 트리치 풀카'를 듣습니다


왈츠의 왕이라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트리치 트리치 폴카'로

얼어붙은 마음을

유쾌하게 풀어야 하는

매섭게 반짝 추운 금요일입니다


반짝인다고 다 별은 아닌 거죠

눈부시게 반짝이며 빛난다고 해서

그 모두가 별은 아닌 거고

다만 빛일 뿐인 거죠

쨍하니 얼어붙은 추위 역시

반짝 빛을 내는 듯 차가워서

시리도록 눈이 부십니다


반짝인다고 다 별이 아니듯

반드시 활짝 피어나야

꽃이 되는 건 아닙니다

꽃망울이 품고 있는 설렘도

애틋한 한 송이 꽃이고

동그란 손톱 같은 초록 이파리들

하나하나 향기로운 꽃과 같고

저무는 꽃잎이 내뿜는 향기도

분명 달콤 상큼 꽃향기니까요


꽃송이에서만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바람 또한 향기를 품고 있어요

매서운 겨울바람은

차가운 미인의 향기를 닮아

잠시 스치기만 해도

손끝 시릴 만큼 쌀쌀맞아요

금요일이 활짝 금빛으로 빛나야

비로소 마음이 푸근해질 것 같아요


시작하는 월요일도 설레지만

기우는 금요일은 한 주를 여미는

단정함으로 잔잔한 설렘을 주고

새롭게 밝아올 새해가 반가운 만큼

별 탈 없이 저무는 올 한 해도

어김없이 고마워서

친구들 불러 둥글게 모여 앉아

수다 한 판 신나게 떨고 놀다가

우르르 일어나 막춤도 흔들어 대며

푸하하 함박웃음 나누고 싶습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금요일을 맞이하는

친구들을 불러 모으기는 쉽지 않으니

대신 장미허브 곁에 두고

'트리치 트리치 폴카'를 듣습니다


폴카는 보헤미아 지방의 민속 춤곡으로

빠른 2박자 리듬이 특징이래요

왈츠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아들인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폴카곡을 많이 남겼고 그중

흥겹고 신나고 유머러스한 곡으로

'트리치 트리치 폴카'를 꼽는답니다


'트리치 트리치' 

여인네들이 한데 모여

떠들썩하게 얘기한다~는 의미랍니다

한마디로 수다스러운 대화라는 거죠


'트리치 트리치 폴카'는

말을 아주 빠르게 하는 것처럼

빠른 템포로 경쾌하게 흐르는

현악기와 관악기들의 재잘거림이

명랑하고 유쾌하고 익살스러워서

듣다 보면 친구들과의 수다타임처럼

재미나고 기분이 밝아집니다


그립고 보고픈 친구들이랑

장미허브 초록 이파리들처럼

다정히 모여 앉아 트리치 트리치

재잘대며 수다를 떨고 싶은

금요일에 어울리는

'트리치 트리치 폴카'

함께 들으실래요?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654 쉼표의 계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