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56 키다리 아저씨처럼
커피 친구 막대과자
엄마네 집 아파트 입구에
키다리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어요
바로 그 나무를 닮아 길쭉한 막대과자를
오늘의 커피 친구로 초대합니다
롱 아몬드초코 바통 쉬크레
과자 이름도 길고 길쭉해요
바삭하고 고소한 아몬드 뽀시래기와
진지한 멋쟁이 진한 다크초콜릿이
친구처럼 사이좋게 어우러진
파이스틱이랍니다
키가 큰 막대과자를 보니
키다리 아저씨가 생각나요
고개를 돌리면 서너 걸음 뒤에
키다리 아저씨가 빙긋 웃으며
서 있을 것만 같으나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어쩌면 키다리 아저씨는
내 맘대로 그려내고
내 멋대로 만들어 내서
내 뜻대로 내 뒤에 세워둔
또 하나의 나일지도 모른다는
엉뚱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가 나를 위해 만들어 낸
키다리 아저씨가 늘 내 뒤에서
나를 위해 웃음 머금고
나를 향해 응원의 메시지 건네며
그러나 쪼잔한 잔소리 따위 하지 않고
다그치지도 않으며 믿고 기다려 주는
또 하나의 나인 셈입니다
고개 돌려
애써 돌아보지 않아도
나의 키다리 아저씨는
언제나 그 자리
늘 내 안에
나와 함께 있어요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나를 벅차게 응원하고
내가 오직 나만을 위한
멋쟁이 키다리 아저씨를 만들어
나를 향해 환한 미소 짓게 합니다
고단하고 고달파도
버겁고 힘겨운 그 순간까지도
버티고 견디며 결국은 나를 위해
내가 이렇게 살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