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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24. 2023

초록의 시간 657 빨강 장갑

커피 친구 마카롱

지난밤 소리도 없이 눈이 다녀가

고즈넉한 창문 밖 겨울 풍경이

하얀 면사포를 두른 듯

아련히 곱고 예쁩니다


햇볕 내려앉으면

금방 녹아 사라지게 될

하얀 눈 덮인 지붕들을 내다보며

앙증맞은 마카롱 하나 집어듭니다


밥보다 빵을 좋아하지만

많이 좋아하면서도 가끔은

밀가루와 거리를 두고 싶을 때

마카롱은 예외입니다


사랑스러운 마카롱은

프랑스 쿠키계의 대표선수인데요

과자는 밀가루로 만든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상관없이

밀가루가 아닌 달걀흰자 거품에

아몬드 가루와 설탕을 넣어 만든

작고 동글동글 앙증맞은 과자랍니다


바삭한 두 개의 과자 사이에

달콤 잼이나 버터크림 등으로

촉촉하게 속을 채워 만든 

샌드위치 과자인 거죠


제대로 잘 만들어진 마카롱은

둥그런 표면이 매끈하게 윤기 좌르르

둥근 테두리를 따라 자잘한 주름이

레이스처럼 곱게 잡혀 있는데

마카롱의 발이라 부른다고 해요

거품을 낸 달걀흰자가 구워지면서

살짝 부풀어 오를 때 만들어진다는

마카롱의 발~

표현이 재미납니다


매섭게 춥다가 살포시 눈 내린

새하얀 겨울왕국 한복판에서

아삭 바삭 달콤 쫄깃한

마카롱 하나 먹어줘야죠

게다가 빨강과 초록이라니

오늘 같은 날 딱 맞춤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빨강 장갑 하나씩

옛다 오다 주웠다~

무심한 듯 건네고 싶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까요


어릴 적에는 친구 따라

알록달록 사탕꾸러미에 끌려

평소에 안 가던 교회 가 보던 날

잘생기고 멋진 교회 오빠를

슬며시 곁눈질해 보던 날

내세울 것 없는 목소리로

맘 놓고 성가도 불러보던

오늘은 바로 그런 날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밝고 환하고 사랑스러운

빛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께

앙증맞은 빨강 장갑

예쁘게 끼워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달콤 마카롱도 하나

덤으로 얹어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께

빨강 장갑 마카롱이

뭔 소용이냐 물으신다면

대답 대신 그냥 웃고 말래요


왜 어째서 뭣 때문에~

질문으로 넘쳐나는

세상살이에 정답 없으니까요

그냥 내 작은 마음이고

아기 예수님께 드리는

철부지 선물일 뿐이니까요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거나

보이는 곳에 있든 아니든

보이지 않는 곳에 있더라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거나

마음 안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까요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의 마음으로

빨강 장갑 끼고 포근해진

서로를 향해 갑게 흔들며

달콤 마카롱 하나씩 손에 들고

기쁨의 소리 높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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