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57 빨강 장갑
커피 친구 마카롱
지난밤 소리도 없이 눈이 다녀가
고즈넉한 창문 밖 겨울 풍경이
하얀 면사포를 두른 듯
아련히 곱고 예쁩니다
햇볕 내려앉으면
금방 녹아 사라지게 될
하얀 눈 덮인 지붕들을 내다보며
앙증맞은 마카롱 하나 집어듭니다
밥보다 빵을 더 좋아하지만
많이 좋아하면서도 가끔은
밀가루와 거리를 두고 싶을 때
마카롱은 예외입니다
사랑스러운 마카롱은
프랑스 쿠키계의 대표선수인데요
과자는 밀가루로 만든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상관없이
밀가루가 아닌 달걀흰자 거품에
아몬드 가루와 설탕을 넣어 만든
작고 동글동글 앙증맞은 과자랍니다
바삭한 두 개의 과자 사이에
달콤 잼이나 버터크림 등으로
촉촉하게 속을 채워 만든
샌드위치 과자인 거죠
제대로 잘 만들어진 마카롱은
둥그런 표면이 매끈하게 윤기 좌르르
둥근 테두리를 따라 자잘한 주름이
레이스처럼 곱게 잡혀 있는데
마카롱의 발이라 부른다고 해요
거품을 낸 달걀흰자가 구워지면서
살짝 부풀어 오를 때 만들어진다는
마카롱의 발~
표현이 재미납니다
매섭게 춥다가 살포시 눈 내린
새하얀 겨울왕국 한복판에서
아삭 바삭 달콤 쫄깃한
마카롱 하나 먹어줘야죠
게다가 빨강과 초록이라니
오늘 같은 날 딱 맞춤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빨강 장갑 하나씩
옛다 오다 주웠다~며
무심한 듯 툭 건네고 싶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까요
어릴 적에는 친구 따라
알록달록 사탕꾸러미에 끌려
평소에 안 가던 교회 가 보던 날
잘생기고 멋진 교회 오빠를
슬며시 곁눈질해 보던 날
내세울 것 없는 목소리로
맘 놓고 성가도 불러보던 날
오늘은 바로 그런 날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밝고 환하고 사랑스러운
빛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께
앙증맞은 빨강 장갑
예쁘게 끼워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달콤 마카롱도 하나
덤으로 얹어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께
빨강 장갑 마카롱이
뭔 소용이냐 물으신다면
대답 대신 그냥 웃고 말래요
왜 어째서 뭣 때문에~
질문으로 넘쳐나는
세상살이에 정답 없으니까요
그냥 내 작은 마음이고
아기 예수님께 드리는
철부지 선물일 뿐이니까요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거나
보이는 곳에 있든 아니든
보이지 않는 곳에 있더라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거나
마음 안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까요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의 마음으로
빨강 장갑 끼고 포근해진 손
서로를 향해 반갑게 흔들며
달콤 마카롱 하나씩 손에 들고
기쁨의 소리 높여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