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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y 22. 2023

초록의 시간 570 엄마와 나의 인형 이야기

인형의 추억

내 어릴 적 기억 속 엄마는

살림 대신 책 읽기를 좋아하셨고

요리 솜씨는 별로였으나

바느질은 야무지게 잘하셨어요


그런데 내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인형은

엄마 솜씨가 아니라 고모 솜씨였죠

물론 음식도 엄마보다 고모가

더 맛있게 만들어 주었어요


친구들이랑 노는 것보다

혼자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된 것도

아마 엄마 덕분일 테고

음식 솜씨 꽝인 것도

엄마 닮아서일 거라고

애먼 엄마 탓을 해 봅니다


야무진 솜씨는 아니라도

색종이나 리본끈을 가지고

별거 아니지만 재미나게 노는 것도

엄마 딸이라 그럴 거라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어릴  엄마는

바느질보다 재미난 책 읽기에 빠져

내게  인형을 만들어주지는 않았으나

귀여운 인형을 사주셨는데요

이제는 내가 엄마를 위해

하나둘 인형을 삽니다


엄마 혼자 심심할 때 눈도 맞추고

말동무가 곁에 없을 때 말도 건네고

손 내밀어 안아주고 쓰다듬어  수 있는

사랑스러운 인형을 사서 내밀며

엄마에게 묻습니다


귀여운 인형

누구 줄까?


언제부터인가

엄마의 대답은 거침없이

나~입니다

내가 가질 거라며

아이처럼 웃으십니다


참 좋은 대답이라서

나도 따라 웃어요

자식이나 손주가 아닌

엄마 자신의 것인 인형을

이제야 비로소 온전히 갖게 되신

엄마가 기특하고 고마워

흐뭇하게 웃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세상이 있고

자신을 위한 꿈이 있어야

내일을 기대하고

즐겁게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내가 있어야 우리가 있고

나와 함께 하는 우리 덕분에

삶의 버거움이 한결 가벼워지고

나만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한 걸음 더 가까이

꿈에 다가설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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