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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y 28. 2023

초록의 시간 571 고개 떨군 장미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며

작별의 인사를 거넵니다

촉촉 빗소리 들으며

빙그르르 동네 한 바퀴

파란 줄무늬 우산 쓰고 걷다가

바닥에 나풀나풀 떨어져 누운

분홍빛 장미 꽃잎들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며

작별의 인사를 건넵니다


만났으니 또 헤어져야지

헤어지면 다시 만나게 되리니

아쉬움 대신 미소로 작별하자고

골목길 담장마다 줄줄이 피어났다가

빗줄기에 고개 떨군 장미에게

그리고 저무는 오월에게

안타까운 손인사 대신

잔잔한 미소를 얹어

작별의 인사를 건넵니다


걸음걸음 떠나는 발소리는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로 대신하고

팔랑개비처럼 부질없이 손 흔들기보다는

마음의 고운 날갯짓으로 아쉬움 달래며

이 봄 저무는 장미 향기로

다음 만남을 기약하기로 합니다


하루의 문이 열렸다 닫히듯
꽃이 필 때가 있고

질 때가 있듯이

계절이 올 때가 있고

또 저물 때가 있듯이


사람이 왔다가

온 것처럼 떠나가듯이

오고 가는 모든 것이

바람의 속삭임으로

쓸쓸함 깊은 만큼

애처로이 다정하듯이


내게 와 잠시 머무르다가

미련 없이 떠나며 건네는

모든 작별의 인사 끝에

사랑의 미소 얹어 보냅니다

함께 한 순간들이 좋았으니

남겨진 기억마저도 봄날인 듯 곱고

꽃처럼 향기롭게 피어나리니

애면글면 더 무엇을 아쉬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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