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파랗다가
금세 꾸무럭하다가
빗방울 톡톡 흩뿌리다 말다
미처 우산을 펼 사이도 없이
키다리 장대비가 마구 쏟아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아지고 환해집니다
참 변덕스러운 여름 손님
그 이름은 소나기
그리고 폭우
지금 다녀갑니다
빗줄기 다녀간 자리
선명한 분홍빛 나리꽃이
유난히 고운 얼굴로 웃고 있어요
나리꽃을 향한 내 마음의 눈도 함께
빗물에 씻겨 맑아지고
햇살 머금어 밝아진 까닭일까요
소나기 지나간 자리를 비집고
둥그런 무지개 떠오르자마자
친구가 톡 인사를 보내옵니다
하늘이 환해져서 좋다~
우리의 날들도 환했으면 좋겠다~
제 답은 이렇습니다
그럴 거야~
맑고 환할 거야~
지금도 이렇게 환하듯이
여름 손님 반갑지 않다지만
세차게 퍼붓는 빗줄기 속에서도
그치지 않는 매미 울음처럼
빗줄기보다도 더 줄기차게 이어지는
마음의 빛줄기가 있으니까요
느닷없는 소나기도
눈앞을 가리며 쏟아지는
매정한 빗줄기도
그래도 우리에게 오는 손님이니
우리에게 오는 그 무엇이든
반겨 맞이하지는 못하더라도
찌푸린 눈살 환하게 펴고 배웅하는 것이
손님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는 여름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