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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l 21. 2023

초록의 시간 588 내일을 위해

오늘을 양보하지 말아요

세찬 빗줄기에도 기죽지 않고

비의 계절을 겁내지 않는  수국을 보며

역시 비의 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꽃이기도 해요


어제 내린 비와 상관없이

여전히 곱게 피어 있는 수국꽃은

내일 쏟아질 비 따위 걱정하지 않고

오늘을 누리듯 해맑게 웃고 있어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양보하지 말라고

새하얀 나비꽃 수국이 말을 건네는 

걱정 따위 주머니에 넣어두라고

나풀나풀 수국이 웃어요


내일의 걱정을 위해

금쪽같은 오늘 이 시간

단 한순간도 낭비하지 말라는 듯~


그렇군요 수국은

내일을 당겨 생각하느라

눈앞에서 반짝이는 지금 이 순간의

사랑스러운 기쁨을 놓치지 않는

오늘의 기쁨바보인가 봅니다


내일 내릴지도 모르는 비를

미리 피하려 애쓰지 않고

지금을 향해 미소 건네는 수국은

오늘의 기쁨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아낌없이 환하게 웃고 있어요

기쁨은 날개 달고 날아다니는 나비 같아서

붙잡지 않으면 금방 달아나버리니까요


그럼요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걱정이 있어요

걱정한들 어쩌겠느냐고

걱정을 미루는 사람도 있고

행여 걱정이 저만치 달아날세라

단단히 부여잡고

걱정을 앞당기는 사람도 있죠


걱정을 이고 지고 끌어안으며

시도 때도 없이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부지런히 걱정해서 줄여야 하지만

걱정한다고 해서 단 한 톨도 줄지 않으니

애써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건데요


다가올 걱정을 미리 겁내지 말아요

내일의 걱정은 내일에게 맡기고

오늘의 기쁨으로 반짝이는

오늘의 별이 되어

지금 이 순간에 잠시잠깐

웃으며 머무르기로 해요


내일의 큰 별이 되는 것도 좋으나

오늘의 작은 별이 되어

하루하루 반짝이다 보면

잔별들이 하나둘 모이고 쌓여

한 무리의 은하수로 흐를 수 있겠죠


내일의 걱정 따위

종이딱지 접듯 접어요

네모 반듯하게 각 잡아 접지 말고

대충 접어서 멀찌감치 밀어두어요


어설프게 접어둔

걱정 딱지가 모이고 쌓이면

종이비행기 접어 휘이 날려버려요

날린다고 날아갈 걱정은 물론 아니지만

그래도 접어서 날리는 시늉이라도 해봐요


아직 오지 않을 내일을 향해

조바심으로 발돋움하기보다는

눈앞의 순간을 위해

반짝이는 지금의 별이 되기로 해요


어제의 비는 물론이고

내일의 비와 오늘의 비까지도

피하거나 겁내지 않는 

비의 꽃 수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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