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86 하나면 충분합니다
여럿도 물론 좋지만
친구가 여럿인 것도 물론
친구 부자이니 넉넉해서 좋으나
정말 좋은 친구는
하나면 충분하답니다
친구가 그 말을 건네주기에
속으로 활짝 웃으며 중얼거렸죠
그래 맞아 하나로 충분한
그 친구가 바로 너야~
그렇게 덥석 친구의 발목을 잡고
연거푸 아싸~ 쾌재를 부르고는
뒤이어 잠시잠깐 번갯불에 콩 볶듯
깊은 반성의 한순간을 가졌습니다
내가 친구에게 하나로 충분한
그런 친구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커피 한 잔의 위로를 즐기는 내 곁에
커피 한 모금 마시지는 않아도
고방카스텔라처럼 푹신하고 부드러운
그림자 친구 한 사람 있으니
그 또한 다행이고
참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 없고
거저 얻는 것 없으니
나 역시 하나라도 충분한
내 친구의 친구가 되기 위해
작은 한 걸음부터 차근차근 내딛어야죠
빗물 넘쳐흐르는 날
젖지 않은 자리에 있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마음 기댈 수 있는
오늘 하루 잘 살아보자고
친구와 톡 수다를 나눕니다
잰걸음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하루하루 채우며 살아가고
비록 서툰 솜씨지만
하나하나 풀어나가다 보면~
고운 비단 한 폭은 아니더라도
거칠어서 순박하고 거칠어도 탄탄하고
거칠수록 진심 깊고 거친 만큼 변함없는
무명 한 조각 건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