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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l 14. 2023

초록의 시간 585 인생의 순한 맛

사르르 인생의 맛

예약되어 있는

병원 검진 날이 다가오자

우선 순하고 부드러운 음식으로

사르르 갈아탑니다


평소에도 맵거나 짜거나 달거나~

진하고 독하고 자극적인 맛과는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는데

더 순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갈아타자마자 무슨 조화 속인지

느닷없이 맵짠 맛이 당깁니다


좋아하는 빵과 커피도

며칠 참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아서

좋아 오늘까지만~스스로 약속을 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빵들 사이에서

순둥이 빵 하나를 집어듭니다


부드러운 우유크림이 담긴

동그란  하나를 더도 말고 절반

딱 절반으로 나누어

반달만큼만 먹어야겠어요

개운한 아메리카노 반 잔으로

맵짠을 향한 아쉬움도 달래고

밍밍하고 번잡하게 지내야 하는 며칠을

미리 걱정하거나 겁먹지 말고 

잘 견디자~마음을 다독이며

스스로를 응원합니다


음식의 순한 맛은

마음먹은 대로 가능한데

인생의 순한 맛은 어느 한순간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문득 씁쓸해지는 순간

또르르 친구의 톡문자가 날아옵니다


후드득 비가 쏟아지며

시원한 바람 들어와 좋다고

에어컨 바람보다 자연의 바람이 좋다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자연은 언제나 당당해서 좋다며

우리도 쫄지 말고 당당히~라는

친구의 말에 피식 웃고 맙니다


지도에도 없는 마음의 길을 따라

지레 겁먹으며 쫄고 있는 내 마음이

친구의 마음에 닿았을까요

나 지금 쫄고 있니?라고

내가 먼저 물었을까요


묻지 않았는데도

친구가 답을 보내왔으니

피시식 웃을 수밖에요

그래 맞아 쫄게 뭐 있어~ 중얼거리며

친구에게 답문자를 보냅니다


빵순이 친구야

나 지금 빵 먹는다

인생이 비록 맵고 짜고 

쓰고 떫고 독한 맛이더라도

인생의 맛은 그 누구든

내 맘대로 골라 먹을 수 없을지라도~


내 손으로 고른

순둥이 빵 반 조각 먹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인생의 부드럽고  순한 맛에

웃으며 사르르 젖어들 수 있으니

이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 아닐까


그렇지 않니 친구야

지금 이 순간 좋으니 그럼 된 거 아닐까

한 걸음 바로 앞에 시고 떫은 인생의 맛이

한 접시 듬뿍 놓여 있더라도

주르륵 인생의 눈물맛이

밍밍하기만 하면 인생의 맹물맛~


맵고 짠 인생이 버겁긴 하지만

밍밍한 맹물 같은 인생

그 또한 싱거워

시시하고 재미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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