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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l 06. 2023

초록의 시간 584 빈틈이 아니라

바람 솔솔 숨구멍이랍니다

길을 걷다가

발부리에서 살랑이는

사랑스러운 햇살을 봅니다

길가에 늘어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한줄기 햇살이 내 발에 밟히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몸을 비틀대고 있어요


일렁이는 반짝임이 햇살인지 바람인지

햇살과 바람의 정겨운 속삭임인지~

고개 갸웃거리며

나 역시 햇살의 살랑임과 

바람의 반짝임을 애써 밟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살살 피하다 보니

덩달아 비틀걸음을 걷게 됩니다


그렇군요

나뭇잎 사이아이

엉성하게 틈이 아니라

햇살이 스미고 바람이 스치며

다정함으로 채워지는 구멍이니

틈틈이 곱고 예쁜

햇살과 바람의 창문이네요


상처투성이 나뭇잎의

송송 뚫린 구멍도

어설픈 못난이 구멍이 아니라

숨을 쉬는 숨구멍이라서

반듯한 네모가 아니더라도

삐딱한 빈틈마저도

자유분방해서 여유롭 

쉼표에 숨표라도 찍는 듯 느긋합니다

국어시간에 배운 쉼표도 좋고

음악시간에 배운 숨표도 좋으니까요


딱 맞춘 듯 네모 반듯함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고 모자란 빈틈이지만

내 눈에는 오히려 편안해 보이고

내 맘에는 느긋하게 비쳐 드니

구멍 송송 뚫려 삐딱하게 빈틈 많은

나뭇잎 하나가 잠시 쉬어가고

숨을 쉬 고요하고 평온하고

자유로운 순간입니다


바람 솔솔 숨어들어 살랑이고

햇살 반짝 비쳐 들어 밝음을 주는

삐딱하지만 유쾌한 빈틈이 있어

후우~숨 쉴 수 있으니

나도 함께 쉬어가며 숨을 쉬

나뭇잎 하나기 되어 파르르 팔랑~


나 역시 구멍 송송 뚫린

상처 많은 이파리지만

바람 솔솔 지나가는

빈틈이 많은 나라서

길을 걸으며 바람에 나부끼고

길을 걷다 말고 햇살에 반짝이며

햇살도 담뿍 품을 수 있고

바람도 보듬어 안을 수 있어요


상처는 흔적을 남기지만

고운 미소로 돌아보면

아픈 자리뽀샤시 추억이 되고

차분한 걸음으로 돌아보다가

슬픔에게 기대어 잠시 쉴 수도 있고

나뭇잎 하나와도 친구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거움이고 

작은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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