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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Aug 19. 2024

초록의 시간 829 청아한 마음으로

물고기 풍경

풍경소리는 언제 들어도

맑고 정갈합니다

부처님 제자는 아니지만

청아한 마음으로 두 손 모으게 되는

고요하고 적막한 순간입니다


집 근처에 일찍 문을 여는

베이커리카페가 있어요

살짜기 문을 밀고 들어설 때면

물고기 풍경 소리가 맑게 잘랑거려서

귀가 향기롭고 기분까 청량해집니다


물고기 풍경을 문이나

처마 끝에 매다는 이유 중 하나는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수행에 정진하라~는

깊은 의미가 담겼다고 들었어요 


맑은 소리 들으며 맑아지고

은은한 소리 안에서 차분해지고 

호젓한 소리와 함께

호올로 깊이 가라앉으며

마음을 닦으라~인가 봅니다


몰랐습니다

풍경소리 못지않게

목탁 소리도 울림이 명징한데

목어와 풍경이 물고기 모양이듯

목탁도 물고기와 관련이 있다는군요


목탁에 뚫려 있는

작고 동그란 두 개의 구멍이

바로 물고기의 눈이고

목탁의 손잡이가

꼬리지느러미랍니다

목탁귀가 밝아야 한다는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눈을 떠라

눈을 떠라 물고기처럼 항상

눈을 뜨고 깨어 있어라'

법음 구절이래요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가만 돌이켜보니

울 할머니의 반닫이 자물통이

물고기 모양이었어요


귀한 것을 넣어두는 다락문에도 

물고기 모양의 손잡이가 붙어 있다는데

우리 집 다락에는 그다지 귀한 게 없어서

물고기 자물통은 없었어요

손잡이는 분명 있었을 텐데

물고기 모양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손잡이나 자물통이

물고기 모양인 것도 이유가 있답니다

물고기가  항상 눈을 뜨고 있으니

지켜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래요


내 마음의 손잡이에도

물고기 모양을 새겨야 할까요

마음의 문을 열고 닫으며

눈을 뜨자

마음의 눈을 뜨자~

다짐을 해야 할까요


서툴게 다짐하는

그 짧은 순간만이라도

마음의 눈 뜨고 마음의 귀 열고

순간마다 새로이

마음을 열어젖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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