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29 청아한 마음으로
물고기 풍경
풍경소리는 언제 들어도
맑고 정갈합니다
부처님 제자는 아니지만
청아한 마음으로 두 손 모으게 되는
고요하고 적막한 순간입니다
집 근처에 일찍 문을 여는
베이커리카페가 있어요
살짜기 문을 밀고 들어설 때면
물고기 풍경 소리가 맑게 잘랑거려서
귀가 향기롭고 기분까지 청량해집니다
물고기 풍경을 문이나
처마 끝에 매다는 이유 중 하나는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수행에 정진하라~는
깊은 의미가 담겼다고 들었어요
맑은 소리 들으며 맑아지고
은은한 소리 안에서 차분해지고
호젓한 소리와 함께
호올로 깊이 가라앉으며
마음을 닦으라~인가 봅니다
몰랐습니다
풍경소리 못지않게
목탁 소리도 울림이 명징한데
목어와 풍경이 물고기 모양이듯
목탁도 물고기와 관련이 있다는군요
목탁에 뚫려 있는
작고 동그란 두 개의 구멍이
바로 물고기의 눈이고
목탁의 손잡이가
꼬리지느러미랍니다
목탁귀가 밝아야 한다는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눈을 떠라
눈을 떠라 물고기처럼 항상
눈을 뜨고 깨어 있어라'
법음 구절이래요
어릴 적 먼 기억을
더듬어 가만 돌이켜보니
울 할머니의 반닫이 자물통이
물고기 모양이었어요
귀한 것을 넣어두는 다락문에도
물고기 모양의 손잡이가 붙어 있다는데
우리 집 다락에는 그다지 귀한 게 없어서
물고기 자물통은 없었어요
손잡이는 분명 있었을 텐데
물고기 모양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손잡이나 자물통이
물고기 모양인 것도 이유가 있답니다
물고기가 항상 눈을 뜨고 있으니
잘 지켜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래요
내 마음의 손잡이에도
물고기 모양을 새겨야 할까요
마음의 문을 열고 닫으며
눈을 뜨자
마음의 눈을 뜨자~고
다짐을 해야 할까요
서툴게 다짐하는
그 짧은 순간만이라도
마음의 눈 뜨고 마음의 귀 열고
순간마다 새로이
마음을 열어젖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