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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Aug 17. 2024

초록의 시간 828 내 친구 달님이

알고 보니

노란 달님이도 내 친구였어요

밝고 선명한 빛으로

때로는 뿌연 눈물 머금으며

내 눈에 보이든 안 보이든

밤이면 밤마다 한결같이

내 창가를 서성이고 있었어요


마음이 가볍고

기분이  한가로울 때는

일부러 고개 내밀고

창밖을 내다보며 둘러보 하죠


달님이 어디쯤 떠올라 있는지

오늘의 달님은 초승달인지

반달인지 보름달인지 궁금해서

내다보고 또 내다보는데

마음이 축 늘어질 땐

고개 내미는 것도 번거로워서

나만의 고요와

적막 속에 주저앉습니다


그런데요

내가 내다보지 않으니

달님이가 친구 하자고

창문 밖에 와 있어요


노랑옷 입은 달님이가

눈 동그랗게 뜨고 말없이

한참 동안 내 창문 밖 하늘을

느린 걸음으로 서성이고 있어요


놀자 친구야

친구야 노올자~

내가 가만있으니

달님이가 나를 찾아왔어요

번거롭지만 고개 내밀고

달님이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달님아 안녕

친구가 되어주어 고마워

내 창가에 네가 서성이는 동안

너의 은은한 노랑 빛으로

내 마음이 따스해졌단다


알아

내 슬픔을 나누려고

머뭇머뭇 창가를 맴돌며

차마 가던 발걸음을

서두르지 못했던 거지


나도 알아

슬픔은 파랑 빛깔이라서

울적한 마음의 주변까지

푸르뎅뎅 물들이지


비가 올 거라고

덜님의 노랑 빛이

뿌옇게 눈물 젖듯이

슬픔은 그래

감출 수 없는 눈물과도 같이

푸른빛으로 흐르거든

내 곁에 머무르는 친구의 마음까지

푸른빛으로 적시거든


그러나

다 내 몫이니

네 어깨에 얹지 않을게

촉촉한 슬픔 절반 뚝 떼어

비어 있는 네 빈자리를 채우지 않을게


모두에게는 다

저마다의 몫이 있어서

빵을 나누듯 나눌 수 없는 거야

누구의 몫이 더 크고 깊고

무겁고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거지


좋은 건 내 몫이

한참 모자라고 부족하다 느끼지만

아프고 괴롭고 슬픈 건 내 몫이

유난히  크고 깊고

묵직하게 느껴지는 거니까


잠시 동안이지만

소리도 없이 내 창가에 머물러

말없이 나를 지켜준

달님 친구야 고마웠다


아픔 대신 잠시잠깐

함께 하는 시간을 나누는 동안

덕분에 따스했어

슬픔은 나누지 못해도

시간은 함께 할 수 있으니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웠다

이제 맘 놓고 네 갈길 가

나도 내 갈길 미루지 않을게

뒤돌아보지 않고

앞을 바라보며

오지 않은 내일을 염려하지 않고

눈앞의 사람들과 함께

지금을 한껏 누려볼게


걱정 마 친구야

아무 쓸모없는 걱정 따위

내일에게나 던져 줘 버리고

우리는 가벼이

오늘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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