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노란 달님이도 내 친구였어요
밝고 선명한 빛으로
때로는 뿌연 눈물 머금으며
내 눈에 보이든 안 보이든
밤이면 밤마다 한결같이
내 창가를 서성이고 있었어요
마음이 가볍고
기분이 한가로울 때는
일부러 고개 쭉 내밀고
창밖을 내다보며 둘러보곤 하죠
달님이 어디쯤 떠올라 있는지
오늘의 달님은 초승달인지
반달인지 보름달인지 궁금해서
내다보고 또 내다보는데
마음이 축 늘어질 땐
고개 내미는 것도 번거로워서
나만의 고요와
적막 속에 주저앉습니다
그런데요
내가 내다보지 않으니
달님이가 친구 하자고
창문 밖에 와 있어요
노랑옷 입은 달님이가
눈 동그랗게 뜨고 말없이
한참 동안 내 창문 밖 하늘을
느린 걸음으로 서성이고 있어요
놀자 친구야
친구야 노올자~
내가 가만있으니
달님이가 나를 찾아왔어요
번거롭지만 고개 내밀고
달님이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달님아 안녕
친구가 되어주어 고마워
내 창가에 네가 서성이는 동안
너의 은은한 노랑 빛으로
내 마음이 따스해졌단다
알아
내 슬픔을 나누려고
머뭇머뭇 창가를 맴돌며
차마 가던 발걸음을
서두르지 못했던 거지
나도 알아
슬픔은 파랑 빛깔이라서
울적한 내 마음의 주변까지
푸르뎅뎅 물들이지
비가 올 거라고
덜님의 노랑 빛이
뿌옇게 눈물 젖듯이
슬픔은 그래
감출 수 없는 눈물과도 같이
푸른빛으로 흐르거든
내 곁에 머무르는 친구의 마음까지
푸른빛으로 적시거든
그러나
다 내 몫이니
네 어깨에 얹지 않을게
촉촉한 슬픔 절반 뚝 떼어
비어 있는 네 빈자리를 채우지 않을게
모두에게는 다
저마다의 몫이 있어서
빵을 나누듯 나눌 수 없는 거야
누구의 몫이 더 크고 깊고
무겁고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거지
좋은 건 내 몫이
한참 모자라고 부족하다 느끼지만
아프고 괴롭고 슬픈 건 내 몫이
유난히 크고 깊고
묵직하게 느껴지는 거니까
잠시 동안이지만
소리도 없이 내 창가에 머물러
말없이 나를 지켜준
달님 친구야 고마웠다
아픔 대신 잠시잠깐
함께 하는 시간을 나누는 동안
덕분에 따스했어
슬픔은 나누지 못해도
시간은 함께 할 수 있으니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웠다
이제 맘 놓고 네 갈길 가
나도 내 갈길 미루지 않을게
뒤돌아보지 않고
눈앞을 바라보며
오지 않은 내일을 염려하지 않고
내 눈앞의 사람들과 함께
지금을 한껏 누려볼게
걱정 마 친구야
아무 쓸모없는 걱정 따위
내일에게나 던져 줘 버리고
우리는 가벼이
오늘을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