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27 어딘가 넘어 무지개
인생의 길 찾기
강아지풀처럼 귀엽고
여리고 사랑스러운 꼬맹이 소녀가
클라이밍을 연습하는 모습을
홀린 듯 쳐다봅니다
한강공원에도 인공 암벽장
클라이밍 연습장이 있으나
나와는 상관없는 곳이라 무심히
그냥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었는데요
티브이에서 아홉 살 소녀가
작은 새처럼 유연하게 날아오르듯
인공암벽을 즐거운 문제 풀 듯하다가
'어딘가 넘어 무지개' 코스를
버겁게 오르는 모습을 보며
어머나 세상에 이런~
참 기특하고 대견해서
마음으로 쓰담쓰담~
눈으로 따라잡기도 어려운데
오르는 소녀는 얼마나 힘들까요
그러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제대로 끝까지 다 올라갔을 때
힘들고 어려운 그 모든 순간을
한 번에 다 잊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까지도 분명해서 사랑스럽습니다
올라가다 떨어지면 슬프다는
야무진 꼬맹이 소녀 클라이머가
무섭고 힘들고 어려운데
왜 하느냐는 물음에
눈을 빛내며 잠시 생각하다가
건네는 뜻밖의 대답까지도
당차고 매력 넘칩니다
재미로 놀이로~라는
꼬맹이 소녀의 대답에
고개 끄덕끄덕~
인형놀이는 하다 보면 지루하지만
클라이밍은 재밌는 놀이라는 거죠
그럼요 재밌어야 또 하는 거고
지루하지 않은 놀이여야
지속 반복 가능한 거니까요
가파른 기울기의
벽을 타고 오르는 건
중력을 거스르는 과정이래요
그만큼 힘들다는 거죠
손끝 발끝으로 몸을 지탱하면서
순발력 있게 최적의 길을 찾으며
동시에 온몸의 힘을 부드럽게
분산시킬 줄도 알아야 한다니
난도 높은 수학 문제보다도
더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클라이밍도
결국은 길을 찾는 문제 아닐까요
번듯하게 정해진 길도 없고
적용할 공식도 없고
딱 떨어지는 정답도 없으니
순간순간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을 닮았습니다
'어딘가 넘어 무지개'코스는
선운산에 있다고 합니다
어딘가 넘어 꽃무릇~
오월이면 잎이 먼저 나와
칠월이 오면 서둘러 잎이 지고
구월과 함께 가느다란 꽃대가 솟아올라
잎을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붉디붉은 꽃송이들이 피어나는데요
붉은 그리움의 우산처럼 활짝 펼쳐지는
꽃무릇이 먼저 생각나는 선운산에
아련한 꽃무릇의 붉은빛과 함께
'어딘가 넘어 무지개'도 이어서
피어오를 것 같아요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곡
Over The Rainbow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립니다
어딘가 무지개 너머 저쪽
멀고도 높은 그곳에 있는
어릴 적 자장가 속에서
들려오던 그곳
어딘가 무지개 너머 저쪽
푸르른 하늘이 펼쳐지는 그곳에서
그대가 꾸었던 꿈들이
정말로 이루어질 거야~
그렇군요
'오즈의 마법사'에서도
회오리바람으로 느닷없이 집을 떠나
낯선 곳에 떨어진 소녀 도로시가
집을 찾아오는 여정을 그리고 있으니
어리나 젊으나 나이 들어서나
그 누구에게나 세상살이는
길 찾는 놀이인 셈입니다
동화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나만의 길 찾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또 계속됩니다
마음의 근육도
단단히 키워야겠어요
중간에 떨어지면
아프고 슬프니까요
그렇죠
태산이 높다 하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