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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Oct 22. 2023

초록의 시간 603 염려는 고마우나

걱정은 사양할게

순례여행을 떠난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톡문자가 왔습니다

어제 루르드 떠나서

스페인 산속이랍니다


내내 여름이더니

갑자기 싸늘 아침이라고

추워지니 집에 돌아갈 때도

어느새 다 되어간다

잘 지내고 가서 보자~는

친구의 톡인사가 반가워서

한참 들여다봅니다


스페인 깊은 산속에서 날아온

친구의 안부가 신기하고

함께 따라온 산속 풍경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정겹고 상쾌합니다


파란 하늘을 벗 삼아

구름 한가로이 흐르는 곳으로

함께 흘러가다 보니

아스라이 먼 곳에

흰 눈 덮인 산봉우리도

비죽 고개를 내밀고 있어요


그 사이로 스미는 햇살이

눈부시게 서늘한

아침의 반짝임이랍니다

내가 그림자 길어지기 시작하는

오후의 나른한 햇살에 졸음겨울 때

친구는 저기 먼 나라

아침 햇살의 싱그러움 속에 있군요


이제 아침 먹고

몬세랏으로 간답니다

검은 성모님 계신 곳이래요

기도 속에 만나자고

건강히 지내다가 돌아가서 보자고

친구가 바람개비처럼 팔랑팔랑

손을 흔듭니다


그래~걸음마다 은총길이기를

그리고 내 걱정일랑 하지 말라고

나도 웃으며 인사 건넵니다

염려는 고마우나

걱정은 사양할게~


기도 할 때는

너 자신을 위해 많이 하고

다른 이를 위한 기도는

조금만 하라고

쓸데없는 잔소리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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