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03 염려는 고마우나
걱정은 사양할게
순례여행을 떠난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톡문자가 왔습니다
어제 루르드 떠나서
스페인 산속이랍니다
내내 여름이더니
갑자기 싸늘 아침이라고
추워지니 집에 돌아갈 때도
어느새 다 되어간다고
잘 지내고 가서 보자~는
친구의 톡인사가 반가워서
한참 들여다봅니다
스페인 깊은 산속에서 날아온
친구의 안부가 신기하고
함께 따라온 산속 풍경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정겹고 상쾌합니다
파란 하늘을 벗 삼아
구름 한가로이 흐르는 곳으로
함께 흘러가다 보니
아스라이 먼 곳에
흰 눈 덮인 산봉우리도
비죽 고개를 내밀고 있어요
그 사이로 스미는 햇살이
눈부시게 서늘한
아침의 반짝임이랍니다
내가 그림자 길어지기 시작하는
오후의 나른한 햇살에 졸음겨울 때
친구는 저기 먼 나라
아침 햇살의 싱그러움 속에 있군요
이제 아침 먹고
몬세랏으로 간답니다
검은 성모님 계신 곳이래요
기도 속에 만나자고
건강히 지내다가 돌아가서 보자고
친구가 바람개비처럼 팔랑팔랑
손을 흔듭니다
그래~걸음마다 은총길이기를
그리고 내 걱정일랑 하지 말라고
나도 웃으며 인사 건넵니다
염려는 고마우나
걱정은 사양할게~
기도 할 때는
너 자신을 위해 많이 하고
다른 이를 위한 기도는
조금만 하라고
쓸데없는 잔소리도 덧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