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7 옷장 다이어트
옷장 다이어트의 씁쓸함
옷장을 열어보면
패션 관련 직업을 가진 막냇동생 덕분에
샘플이라는 이름을 가진 옷들이 더러 있다
취향은 좀 달라도 패션센스가 제법 있는
또 다른 동생 덕분에
유행의 물결을 타는 옷들도 더러 있다
동생들 보기에 내 패션센스가 영 꽝인지
조언해봤자 내가 듣지 않으리라는 걸
미리 알고 포기해서인지
생각나면 옷 하나씩 사다 주기도 한다
조금씩 다른 듯해도
비슷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서인지
자매들이 모이면
저절로 드레스코드가 맞춰진다
거의 비슷한 옷을 입고 나타난
서로를 보며 피식 웃기도 한다
옷장과 서랍을 열어보면
그런저런 이유로 채워진 옷들이 가득한데
어느 것 하나 차마 버리지 못한다
휘리릭 버리기에는
저마다 사연을 품은 옷들이라서
선뜻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것을 욕심이라고 해도 좋고
사연에 대한 부질없는 집착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옷장 다이어트는
오늘도 역시 실패의 씁쓸함을 남긴다
그러나
씁쓸함 뒤에 감도는 커피의 단맛처럼
아련하고도 기분 좋은
씁쓸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