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Dec 08. 2023

초록의 시간 641 겨울아이 봄친구

서로에게 든든 친구

나는 한겨울 매섭게 추운

아침에 태어났답니다

그래서 겨울바람처럼 까칠하고

쌀쌀맞은 걸까요


엄마가 늘 그러셨어요

차갑기가 겨울 아침 같다고

그리고 아침밥 먹을 때 태어났으니

밥시간이라 먹을 건 넉넉해서

밥은 잘 챙겨 먹을 거고

먹은 만큼 움직이며 일해야 하니

꼼지락꼼지락 하루 종일

 분주할 거라고~


그 말씀이 맞나 봅니다

부지런하기는커녕 게으른 편인데

가만 눌러앉아 있는 시간은 별로 없고

손이 잠시 쉬는 시간이라도

잔머리는 몽당연필 굴리듯 떼구루루

습관처럼 굴려대고 있으니까요


아침으로 평범하게 밥을 먹을까

폭신하게  한 조각 먹을까

아니면 고구마를 먹을까

잠시 잔머리를 굴리다가

자유분방하게 자른 고구마와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때다~ 하고

친구의 안부문자가 건너옵니다


고구마 먹는다~

함께 먹자고 친구를 초대하고는

맥락도 과감 생략하고

대뜸 묻습니다

넌 어느 시간에 태어났니?


친구는 봄날 저녁에 태어났대요

아침 겨울아이와 저녁 봄밤아이가

서로 다른 곳에서 스르륵 쑥쑥

무지지는 못해도 제법 단단하게 자라

서로의 든든 친구가 된 거랍니다


친구라 그런지 생각과 성향도 비슷

친구라 그런지 취향도 얼추 비슷

그래서인지 따스이 저녁 먹고

비스듬하게 앉아 느긋하게 보는

티브이 프로그램도 거기서 거기


그동안 함께 본

드라마도 여럿인데요

들여다보다가 서로에게 말을 건네는

타이밍도 어슷비슷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투덜대는 포인트도

거의 대강은 비슷합니다


같은 드라마를 보며

드라마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고

최종화를 마무리하고

소감 한마디 덧붙이고

드라마 예고까지 야무지게 챙기고

다시 새 드라마를 맞이하며

그만큼 나이를 먹어갑니다


금빛 금요일이니

황금만큼은 아니더라도

잔잔한 은빛 하루 보내자고

친구와 아침 인사 마무리하며

우리에게 불금은 없으나

대신 평금이라고

하하 호호 둘이 웃어요


불타오르지 않으나

평평하고 평온하고

평탄하고 평화로운

우리들의 은은한 금요일이라고~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640 사랑이 많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