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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09. 2023

초록의 시간 642 밤과 꿀

커피 친구 몽블랑

아침부터 웬 밤?

창밖이 꾸무럭 흐릿하긴 하지만

온 세상이 어둠에 묻힌 깜깜 밤이 아니고

반짝반짝 별이 빛나는 밤도 아니고

고소한 알밤입니다


슈베르트의 아름답고 몽환적인

가곡 '밤과 꿈'도 물론 아닙니다

노랫말처럼 즐겁게 꿈을 엿보는

성스러운 밤과 달콤한 꿈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몽블랑의

밤과 꿀입니다


봉긋한 생김새는

산봉우리를  닮았어요

밤나무에서 잘 익어 톡 떨어지는

탱글탱글 알밤으로 만들어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프랑스 디저트랍니다


밤 페이스트의 진한 맛과

머랭의 바삭함이 사이좋게

단짝 친구처럼 어우러지는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디저트래요


찾는 발길이 줄을 이어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다는

파리의 안젤리나 베이커리의

시그니처가 몽블랑이라는군요


멋진 폼으로 여유로이 줄을 서서

느긋하게 기다림은 필수라는데

안젤리나 베이커리의 몽블랑은

여기서 너무 멀고 내게는 날개가 없으니

상상으로만 그려보며 맛을 보고

가까운 동네 빵집에서 사 온

갈색 몽블랑으로 대신합니다


밤과 꿀이 들어가

고소하면서도 달아서 좋아요

얇고 가느다란 국수가닥을 닮은 크림이 

산처럼 둥그렇게 쌓인 모습이

원래는 흰색이어서

몽블랑이라 부른답니다

동네 빵집 몽블랑은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몽블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이름으로 만족합니다


알프스의 가장 높은 봉우리

몽블랑은 하얀 산이라는 뜻이래요

빙하와 화강암 바위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이룬다죠


프랑스와 이탈리아와 스위스

세 나라 국경에 이웃있고

 이탈리아 쪽은 몹시 가파르고

프랑스 쪽은 완만한 편이라는데

가보지 않았으니 상상만 해 보는데요

부족함이 많고 부실하다 보니

엉뚱한 상상만 늘어갑니다


오늘의 커피 친구는 몽블랑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도 생각나

샐리와 함께 몽블랑을 찾은 시인

바이런이 깨달았다는

고독의 언어를 떠올리며

갈색 몽블랑 한 조각을 먹습니다


삼지딱따구리의 서식지로 유명한

전나무숲이 고즈넉하게 아름답다는

몽블랑 기슭의 샤모니 계곡

그곳으로 날아그 어느 날

아련히 꿈꾸며

커피 한 모금에 몽블랑 한 조각~


전통 방식에 따르자면

먹을 때 아주 느리게 천천히

앙증맞은 은수저로 떠먹는다는데

금수저도 은수저도 아닌

나는~^^

가장 편하고 빠르고 간편한

손포크로 뚝뚝 떼어먹습니다


배경음악은 당연히

슈베르트의' 밤과 꿈'

우쿨렐레 연주로 들어야죠

음악 역시 아주 느리게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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