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64 초승달 닮은
새해가 떠오릅니다
고운 초승달처럼
새해가 떠오릅니다
새해 새 아침 첫 계획이
초승달 닮은 크루아상 하나
커피와 함께 막는 거라고 말하면
너무 쪼매난 계획일까요
길 하나 건너면
바삭 촉촉 결 고운 크루아상을
맛나게 구워내는 베이커리가
새로이 문을 열었거든요
새로 문을 연 빵집에서
새해 첫날 구워낸 크루아상은
푸릇한 희망을 품고 있을 것 같아요
크고 멀어서 손에 잡히지 않는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금방 입안에 퍼지는
고소한 희망 한 조각으로
새해 첫날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새 기분으로 길 하나를 건너
조심스레 빵가게 문을 밀고 들어가
보송보송 자태를 뽐내고 있는
가지각색 빵과 쿠키들 중에서
초승달 닮은 크루아상과
동그르르 보름달덩이 같은
퀸아망을 집어듭니다
크루아상이 초승달이라면
퀸아망은 보름달입니다
어찌 보면 가득 찬 보름달보다
이제 막 차오르기 시작하는
초승달이 더 부자인 듯 보입니다
초승달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설렘과 함께 여유를 지니고 있으나
보름달은 이미 정점을 찍고
달도 차면 기우나니~
서서히 내려와야 하는
내리막에 접어들었으니까요
작고 곱고 소중한
초승달 닮은 첫걸음을
설레는 마음 안고 한 걸음
조심스레 내딛습니다
푸르른 기운 가득한 청룡의 해
우리 모두 귀한 날갯짓으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순간마다
값진 갑진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