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3 결핍이 주는 위로
결핍이 주는 위로
누군가는
사랑이 자신을 키웠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바람이 키웠다고 하겠지
또 누군가는 상상의 힘으로
훌쩍 자랐다고 할 것이다
나를 키운 건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붙잡고 나는 자랐을까
무엇이 나를
갈래 머리 문학소녀로 자라게 했는지
나에게 물어보면
결핍이 나를 키웠다고 내가 대답한다
나의 글쓰기는 결핍에서 시작되었으니까
마음이 텅 비어서 밤새워 책을 읽었고
뽀시래기 글을 끄적이며 빈자리를 채워갔다
책 읽기와 글쓰기는 나에게 있어
결핍이 주는 다정하고 따사로운
위로였다
결핍이 나를 키웠다
결핍이 주는 위로에 기대어 나는 자랐다
나에게 없는 것 나에게 부족한 것
간절히 바라고 원하고 필요한 것
내 손안에 없는 것들을
책을 읽으며 마음껏 꿈꾸고
뽀시락뽀시락 글을 쓰며
희망을 희망하면서 자랐다
글자가 적힌 무엇이든 끌어다 읽고
빈 종이가 보이면 글씨를 썼다
글자를 읽다 보니 생각이 자라고
글씨를 쓰다 보니 글이 되었다
나는 지금도 숫자 8을 좋아한다
마음이 고플 때마다 도서관에 가면
숫자 800 근처를 서성이며 머물렀다
한국 십진 분류표에서 800이
문학이기 때문이다
문학전집들을 읽으며 글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손에 쥔 게 없어서
오히려 손 내밀 수 있었다
마음이 텅 비어서
간절함으로 채울 수 있었다
결핍으로 자라면서
결핍이 주는 희망과 위로를 배웠다
다 가진 사람에게
차마 다가서지 못하는 희망이
내가 내미는 손을 잡아주었고
가득 채워진 사람에게는
빈틈이 없어서 스며들지 못한
위로가 나에게로 와서
나를 안아주었다
지금도 나는 뽀시락거리며
뽀시래기 글을 쓴다
쓰면서 내 마음을 비운다
마음의 빈자리를 다시 채우기보다
여백의 여유로움으로 남기고 싶다
지금 가진 게 없어 외로운 그대
송송 뚫린 빈틈으로
다가서고 스며드는
희망과 위로의 손길을
놓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