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절을 함께 한 친구를 만나면
나는 까르르 철부지 학생이 됩니다
친구와 헤어져 돌아오는 순간
나는 다시 어설프게 철들어 버리고
푸석푸석 시든 어른이 됩니다
타임슬립~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데요
그거 참 별거 아니죠
타임머신은 불가능하다지만
굳이 타임머신 아니라도
그 시절 기분이나 마음으로 돌아갔다가
지금 이 순간으로 슝~ 돌아오는 게
바로 시간 여행이니까요
오냐오냐~
나만 보면 그냥 이뻐서
오냐오냐 하시던 울 할머니는
어린 나를 옆구리에 끼고 앉아
옛날이야기도 재미나게 해 주셨는데
어릴 적 할머니가 해 주시던
옛이야기 속에도 타임슬립이 있었어요
나무꾼이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더란다
나무를 하다 보니 깊은 산속이라
길을 잃고 헤매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깊은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더란다
나무꾼이 한참 후 깨어나 보니
아주 환하고 즐겁고 화려한
별세계였다는 할머니의 얘기를
눈을 반짝이며 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눈부신 금은보화가 반짝반짝
어여쁜 선녀들의 춤과 노래까지
말 그대로 별천지여서
나무꾼은 잠시 집 생각을 잊고
신나게 아모르파뤼~ 를 즐겼대요
잘 먹고 놀다가 번뜩 정신줄 잡고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지게를 짊어지고 주섬주섬 금은보화를
한가득 챙겨 구덩이를 빠져나왔는데요
어찌어찌 길을 찾아 집에 돌아왔으나
어머나 세상에 이런 일이~
주머니 속 금은보화는 온데간데없고
백발의 나무꾼을 반기는 건 텅 빈 오두막뿐
게다가 지나가는 꼬맹이가 그를 보고는
꼬부랑 할아버지 누규?
나무꾼의 화려한 별세계 여행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았으나
다시 돌아오니 아뿔싸
수십 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리고
부귀영화 금은보화는
한바탕 꿈이었을 뿐
남은 건 허무하게 흩날리는
희디흰 머리카락이었더란다
그래서 할머니~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조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
할머니가 건네신 마무리는
간단명료했어요
그래서 아가~
인생은 일장춘몽이란다
어릴 적에는 미처 몰랐으나
인생이 바로 그런 것임을
울 할머니는 알고 계셨던 거죠
누구나 나무꾼처럼 타임슬립
낮잠 잠깐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깜깜 밤이듯
한바탕 놀고 나면 호호백발
인생의 굽이굽이 이리저리 돌고 돌아봐도
돌아와 보면 제자리에 빈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