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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06. 2024

초록의 시간 713 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학생시절을 함께 한 친구를 만나면

나는 까르르 철부지 학생이 됩니다

친구와 헤어져 돌아오는 순간

나는 다시 어설프게 철들어 버리고

푸석푸석 시든 어른이 됩니다


타임슬립~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데요

그거 참 별거 아니죠


타임머신은 불가능하다지만

굳이 타임머신 아니라도

그 시절 기분이나 마음으로 돌아갔다가

지금 이 순간으로 슝~ 돌아오는 게

바로 시간 여행이니까요


오냐오냐~

나만 보면 그냥 이뻐서

오냐오냐 하시던 울 할머니는

어린 나를 옆구리에 끼고 앉아

옛날이야기도 재미나게 해 주셨는데

어릴 적 할머니가 해 주시던

옛이야기 속에도 타임슬립이 있었어요


나무꾼이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더란다

나무를 하다 보니 깊은 산속이라

길을 잃고 헤매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깊은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더란다


나무꾼이 한참 후 깨어나 보니

아주 환하고 즐겁고 화려한

별세계였다는 할머니의 얘기를

눈을 반짝이며 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눈부신 금은보화가 반짝반짝

어여쁜 선녀들의 춤과 노래까지

말 그대로 별천지여서

나무꾼은 잠시 집 생각을 잊고

신나게 아모르파뤼~ 를 즐겼대요


 먹고 놀다가 번뜩 정신줄 잡고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지게를 짊어지고 주섬주섬 금은보화를

한가득 챙겨 구덩이를 빠져나왔는데요


어찌어찌 길을 찾아 집에 돌아왔으나

어머나 세상에 이런 일이~

주머니 속 금은보화는 온데간데없고

백발의 나무꾼을 반기는 건 텅 빈 오두막

게다가 지나가는 꼬맹이가 그를 보고는

꼬부랑 할아버지 누규?


나무꾼의 화려한 별세계 여행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았으나

다시 돌아오니 아뿔싸

수십 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리고

부귀영화 금은보화는

한바탕 꿈이었을 

남은 건 허무하게 흩날리는

희디흰 머리카락이었더란다


그래서 할머니~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조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

할머니가 건네신 마무리는

간단명료했어요

그래서 아가~

인생은 일장춘몽이란다


어릴 적에는 미처 몰랐으나

인생이 바로 그런 것임을

울 할머니는 알고 계셨던 거죠

누구나 나무꾼처럼 타임슬립


낮잠 잠깐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깜깜 밤이듯

한바탕 놀고 나면 호호백발

인생의 굽이굽이 이리저리 돌고 돌아봐도

돌아와 보제자리에 빈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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