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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05. 2024

초록의 시간 712 제비꽃 필 무렵

망설임은 짧고 선택은 잽싸게

뒤죽박죽 날씨에 꽃들도

과속 스캔들메 시달리나 봐요

촉촉 봄비와 살랑이는 봄바람 타고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무렵

피어나기 시작한다는 제비꽃도

보랏빛 사랑스러운 미소 머금으며

여기저기서 고개를 들시작할 테죠


제비꽃은 작은 만큼 소중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답니다

'풀밭에 피어난 한 송이 제비꽃

수줍은 듯 작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보일 듯 말 듯 사랑스럽게 피었노라~ '

괴테의 시 '제비꽃'

모차르트가 곡을 붙였다고 하니

셀럽들의 사랑 듬뿍 받은

인기쟁 제비꽃입니다


유배지에서 제비꽃 필 때를 기다린

비극적인  영웅도 있다고 합니다

제비꽃 필 무렵 다시 돌아가겠노라~

유배지 엘바섬에서 큰소리 땅땅 친

나폴레옹도 제비꽃을 좋아했대요

영웅에서 독재자가 된 나폴레옹은

제비꽃 소대장이라 불릴 정도로

제비꽃을 좋아했다죠


아내 조세핀도 제비꽃을 좋아했으나

나폴레옹과 이혼하고 난 뒤로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요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고

여자의 변심은 무죄~!!


제비꽃 생각을 하다가 스르르

내 발길은 나폴레옹 빵집으로 향합니다

빵이랑 제비꽃이 대체 뭔 상관~

맥락 1도 없는 엉뚱 핑계와

자유분방한 건너뜀에도 불구하고

빵순이 맘은 어김없이 설렙니다


나폴레옹 아재네 빵집 

갖가지 폭신한 빵들 사이에서

나답지 않게 망설이는 순간도 있어요

순수 모닝롤과 초코칩 박힌 모닝롤

둘 중  어느 것으로 할까

아주 잠깐 망설이다가

선뜻 하나를 집어듭니다


저번에 초코칩 샀으니

이번엔 하양이

그럼 다음엔 초코칩

그럼 되는 거죠


순간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광고문구도 있으나 선택의 순간 

망설임은 빛의 속도로 짧고

선택은 번개처럼 잽싼 것이 

내 장점이자 치명적 단점입니다


선택이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둘이나 셋 또는 여럿 중에서

고를 수 있는 기회이고

또한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고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니

선택할 수 있는 행운~

놓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서울에서 손꼽히는 빵집이

먼 곳 아닌 바로 우리 동네에도 있으니

그 또한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에

좋아서 실없이 실실 웃으며

모닝롤 한 봉지를 집어 들자마자

부질없는 호기심이 고개를 내밉니다


모닝롤은 꼭 아침에 먹어야 할까요

저녁에 먹으면

이브닝롤이라 불러야 할까요

아 놔~ 호기심 같지 않은

호기심이라고 피식

웃고 맙니다


아침에 먹든 저녁에 먹든

모닝롤은 모닝롤이니

담백하고 고소한 모닝롤 한 조각에는

바로 곁에 향기로운 커피 한 잔과

베토벤의 교향곡을 배경음악으로

진지하게 깔아야겠어요


나폴레옹을 위해

베토벤은 '영웅' 교향곡을 작곡했다죠

그런데 황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폴레옹에게 바친다'라고 쓴

페이지를 박박 찢어버렸다고 해요

그 성격에 영웅이 독재자가 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살랑이는 봄바람에 화답하듯

어디선가 제비꽃이 하나둘 피어나고

작고 예쁘고 소중한 제비꽃을 사랑한

제비꽃 소대장은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만

또 다른 영웅들이 오고

이어지듯 누군가 또 올 테니

그 또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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