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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07. 2024

초록의 시간 714 우린 두렵지 않아

평화 평화를~ 나의 하느님

소소한 선물이 기분 좋은 건

선물이라는 말이 주는

설렘과 반가움이 있고

그리고 고마움이 있어서죠


내가 줄 수 있는 작은 것이라도

마음 담아 줄 수 있는 기쁨도 있고

내가 받아도 되는  만큼만

웃으며 받을 수 있는 즐거움도 있거든요

그래서 오고 가는 선물은 때로

마음이 주고받는 안부가 됩니다


산 아래 친구가 그랬어요

아침저녁으로 인사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고맙다고~


그래서 내가 그랬죠

인사는 마음으로 주고받는

봄날의 실바람 같은 선물이야

나도 인사 나눌 수 있는 친구

네가 있어 고맙다


미소가 고운 친구에게서 받은

잔잔한 느낌의 나무 액자는

나뭇결마다 정성이 깃들어

사랑스러운 평화로 가득합니다


메모지로 접은 손편지에서는

펼치자마자 작고 예쁜 글씨가

향기롭게 나풀댔어요

선물이라 쓰고

정겨운 나눔이라 읽고 싶습니다


평화로운 액자를 벽에 걸지 않고

나무 십자가에 살짝 기대어 놓습니다

벽에 못을 박지 않기로 했거든요

못을 박지 않아도 되는 꼭꼬핀은

실크벽지에만 붙이는 게 좋다는데요

우리 집 벽지가 실크벽지인지 잘 모르겠고

실크벽지든 아니든 상관없이

나무와 나무끼리 살며시

어깨를 기대는 것이 더 좋아서요


나무는 부드러운 나무에게

사람은 정다운 사람에게

친구는 마음 편한 친구에게

가끔 살짜기 마음을 기대고

잠시잠깐 쉬어가는 것도

평화로운 순간이고 장면입니다

함께라서 두렵지 않으니까요


나무 십자가에 기대어 놓은

평화로운 액자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립니다

우린 두렵지 않아~


왈츠의 왕이라 불리는

요한 스튜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베니스에서의 하룻밤'

아리아 중에 '우린 두렵지 않아'

폴카를 들을 타이밍이긴 한데

갑자기 찾을 수 없으니 패스~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4막의 아리아를 오랜만에 들어야겠어요

평화 평화를~ 나의 하느님~!!

마리아 칼라스의 절한 목소리가

평화로운 액자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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