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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08. 2024

초록의 시간 715 탄이와 금봉이

봄나들이 갑니다

봄날씨 뒤죽이든 박죽이든

꽃샘추위 매섭든 말든

봄나들이 갑니다


멍멍멍 탄이와 금봉이가요?

아니 아니 아니랍니다

탄이와 금봉이의 엄마가

오늘 친구들과 봄나들이 가신대요


꽃단장한 엄마 따라 룰루랄라

신나게 봄나들이 가는 대신

무룩 집을 지키게 된

탄이와 금봉이가 샘을 부립니다


탄이가 종알종알

쫑밍 형아 보고시프다

울 형아는 기러기 형아야

주말에만 집에 오거든

그립고 보고픈데

해야 할 일이 다는군


많은 해야 할 일들 중에

향기로운 만남도 있을까

있었으면 좋겠어

아님 말고~


금봉이가 투덜투덜 중얼댑니다

울 아빠는 난초 사랑꾼이셔

어쩌면 우리보다 난을 아끼시는 것 같아

섬세하고 은은한 난향이 좋기는 하지만

바람결에 수줍은 향기가 날아올 때면

나도 모르게 마구마구 질투가 나

그래서 난실 벽에 구멍을 내 버렸지

그래도 울 아빠 허허 웃으시더라


혼나는 대신 우린 이렇게

마당집으로 이사당하고야 말았어

강가의 마당이 있는 집이

로망이라는 이들도 많으니

우리가 그들 대신 꿈을 이룬 거라

너그럽게 생각하기로 해


마당 있는 집이 낭만적이긴 한데

말도 마~ 차도녀 울 엄마는

하나 찍고도 완전 변신 완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집 안팎을 들락날락

이리 번쩍 저리 번쩍 홍길동이시다가

투 잡으로 행랑어멈까지 되셨어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데

이 또한 무죄겠지

울 엄마니까


도시의 아파트살이 고이 접고

강가마을 마당집으오는 순간

울 엄마의 많은 것이 달라져 버렸

우린 아파트에 살아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상상은 할 수 있거든


울 엄마는 아빠랑 형아가

일터로 출근하고 나면 느긋하게

애틋한 난향 곱게 어우러지는

볕 좋은 창가자리에서

나 홀로 브런치를 즐기셨겠지


핸드드립 솜씨 제법이신 울 엄마는

한때 우아하게 빵도 만드셨으나

제빵기구 미련 없이 정리하고

동네 빵집에서 한 봉지 사 온

담백한 빵 한 조각과 아아 한 잔으로

셀프 위로타임을 가지셨을 거야

울 엄마는 차도녀답게 얼죽아거든


아아가 대체 뭐냐고

얼죽아는 또 뭐냐고

순진한 눈빛으로 제발 묻지 마

아무리 시골살이지만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일일이 묻지 말고 찾아봐

신조어 검색하면 다 나오니 생략~


울 엄마가 요즘은 난실 관리에

삼식아빠 삼시 세끼 챙기시랴

우리 구쟁이  부양하시랴

종종걸음에 허리가 휘신대

밥 달라 칭얼대다가도

엄마 모습 보면 안쓰러워


그런데 말이지

오늘 좋은 소식이 있어

봐봐 울 엄마 얼굴이 봄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지 않니

친구들이랑 봄나들이 가신다고

발그레 설렘꽃이 피었잖니

우리도 따라가고 싶지만

참자 참아야지 착한 애들이니


울 엄마에게 오늘 하루

혼자만의 자유시간 아낌없이 드리고

친구들과 재미나게 노시는 동안

우린 착하게 집 잘 보며

엄마를 기다리기로 해


다행이잖아

나 홀로 집에~ 아니고

탄이랑 금봉이

너랑 나랑 둘이 함께 집에~^^


잠깐 한마디만 덧붙일게

차도녀에 얼죽아 엄마가

하필이면 금봉이가 뭥미?

박달재 금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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