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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02. 2024

초록의 시간 709 시간의 멜로디

LP의 추억이 몽그르르

앨비스 프레스리의

열혈 팬이었던가 봐요 울 아버지는

가지런히 하얀 이를 드러내며

건치 미소와 그윽한 눈빛을 건네는

엘비스 프레스리의 LP판을

귀히 여기며 듣곤 하셨습니다


떨림이 매력적인 그의 목소리가

집안 가득 울려 퍼질 때는

아버지의 흐뭇 미소도

함께 어우러져서

뜻도 잘 알지 못하는

영어 노래를 주워들으며

어린 나도 덩달아 몽그르르

기분이 좋아졌어요


얼마 전 친구가 물었습니다

혹시 LP판 들을 거면 주겠노라~

이사하면서 거의 다 버렸는데

아끼던 몇 장 남겨둔 게 있다며

만날 때 가져다주었어요


우리 가곡 장과 

무라 소지로의 오카리나 연주가 담긴

'황하 ' 주제곡 음반을 받아 드는데

오카리나를 배우고 싶었으나

호흡이 짧아 포기했다는

친구의 이야기도 덤으로 따라옵니다


LP판 몇 장의 묵직함이

시간의 추억 속으로

한순간에 나를 데려갑니다

그렇군요 그 시절 멜로디가

그때 그 시간 속으로 날아가는

시간 여행 티켓이 되기도 합니다


LP 플레이어가 없으니

제대로 들을 수는 으나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머릿속에서 스르륵 멜로디가 재생되고

그 음악을 듣던 시절 그 마음으로

잠시잠깐 되돌아갈 수도 있으니

애틋하고 신기한 시간 여행입니다


가무에 능하셨던 할머니는

옛 민요나 판소리 가릭 등을

혼잣말처럼 흥얼거리셨고

목청이 좋으셨던 아버지는

가요와 팝송을 즐기셨어요

구성진 하모니카 연주는 낭만적이었고

휘파람 부는 솜씨도 꽤 괜찮으셨죠


아버지의 노래 유전자를

안타깝게도 물려받지 못했으나

함께 살던 고모와 삼촌들

노래를 제법 잘하는 편이어서

어릴 적부터 듣는 귀가 트였다고 할까요


친구가 건넨 LP 덕분에

이제는 내 곁에 안 계시는

아버지랑 할머니 삼촌이랑 고모의

노랫소리를 아련히 추억하고

학생시절 음악시간 친구들과의

재미난 기억들도 잠시 소환하며 

오래전 마음을 울리던 멜로디를 따라

시간의 기슭을 거슬러 올라봅니다


LP판을 올릴 턴테이블도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뿐

현실엔 없으니 '대황하' 테마곡도

눈으로 보며 마음으로 들어야겠어요


오카리나를 배워보려는 생각을 했다는

그 시절 친구도 잠시 만나봐야죠

지금보다 어리고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그 시절의 나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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