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라~ 묻데이라니
번거롭게 또 뭘 줄줄이 물어보려고
쓰읍~ 하시겠으나
아닙니다
너에게 묻데이가 아니라
나에게 묻데이니
염려 붙들어 매셔도 됩니다
더구나 물어보는 날이 아니고
묻어가는 날이니까요
친구가 여행 멤버 언니들이랑
봄맞이 점심 약속 있다기에
봄언니들 잘 모시고
말 잘 듣고 와~
친구가 흥칫뿡~
세상 편한 자리랍니다
말 잘해서 주도하는 왕언니 따로 있고
척척 밥 잘 사주는 큰언니 따로 있고
커피 잘 쏘는 작은언니도 따로 있고
운전 솜씨 짱인 언니까지 있으니
그냥 가서 재롱 좀 떨다가
편하게 맛난 밥 먹고 오면 된답니다
세상 그런 편한 자리가~
그런 자리 있으면 소개해줘
나도 한번 끼워주라~ 하려다
히힣 웃으며 잽싸게 맘 접고
스스로를 다독여 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자리가 있고
누구나 자신의 몫을 안고 있는데
남의 것 남의 자리 물색없이 기웃대며
스리슬쩍 넘보면 안 되니까요
나는 맏이입니다
흔히 말하는 K 장녀
아버지와 엄마도 장남 장녀라
사촌 중에서나 외사촌 중에서도 맏이
그래서 언니 오빠가 아예 없어요
금수저도 은수저도 아니고
타고만 맏수저인 셈이죠
한 살 위 오빠가 있긴 했으나
아장아장 걸음마도 채 배우기 전에
아기모자만 열 몇 개 남기고
하늘아기가 되어버렸으니~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호칭이라
지금도 아무에게나 언니 오빠
선뜻 부르지 못해서
아예 안 부르고 뭉개거나
꼭 필요하면 글자로 씁니다
소리 내서 언니라고 부르기는
서툴고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왕언니 큰언니 작은언니
언니라고 쓰는 건 언제든 오케이
얼마든지 괜찮으니까요
그뿐인가요
불쑥 손 내밀지도 못하고
어디 기대며 엉기는 법도 모르고
묻어가는 법도 배우지 못했어요
누구에게 시키는 것도 못하고
앞장서는 일은 더욱 못하는
타고 난 셀프족입니다
맏이와 셀프족이라니
꿀조합은커녕
전혀 안 어울립니다
외동이 같은 맏이라서
어색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죠
별 수 없이
나 스스로에게 묻데이
기대고 싶을 땐
내 어깨에 맘껏 기대고
묻어가고 싶으면 서슴없이
나에게 묻어가는 셀프 묻데이
그리하여 오늘은
밥도 커피도 달콤 간식도
평온 휴식과 쓰담쓰담 위로까지도
나만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묻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