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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11. 2024

초록의 시간 718 엄마 하나 나 하나

오뚝이 인형 오뚝이 인생

오뚝오뚝~

이리 굴려도 넘어지지 않고

저리 떨어뜨려도 핑그르르 돌며

넘어질 듯하다가 오도카니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인형이 덤으로 들어 있어서

꼬맹이 캔디를 두 봉지 샀어요


오뚝이 인형을 샀더니

올망졸망 캔디가 따라왔으니

오뚝이 인형이 덤이 아니라

내게는 캔디가 덤인 셈입니다


사탕을 즐기지 않으면서도

더구나 꼬맹이도 아니면서

오뚝이 인형이 들어 있는 사탕을

개씩이나 산 이유는

엄마 하나 나 하나 나누려고요


언젠가 엄마랑 함께 갔던 

갤러리카페 아기자기한 소품샵에서

집에 놓아두면 복이 들어온다는

밤톨만 한 올빼미 인형을 두 개 사서

엄마 하나 나 하나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던 생각이 났거든요


그때 나눠가진 올빼미 인형도

아래쪽에 무게중심이 있는

오뚝이 인형이라 이리저리 굴려도

똘망똘망 넘어지지 않았죠


그때 내가 부엉이라고 했더니

흥칫뿡~ 엄마가 올빼미라고 하셨어요

올빼미와 부엉이는 머리에 달린

귀 모양 깃털로 구분한다죠

머리 양쪽에 깃털이 있으면 부엉이

귀깃털 없이 올백으로 빗어 넘기면 올빼미~


영민하시던 엄마에게

이제는 모든 기억들

달콤하지도 않은 사탕과 같아서

하나둘 안타깝게 바스러지고

사탕 대신 기억을 까먹으시는

엄마의 손에서 스르르 미끄러집니다


더 오래전 아버지 살아계실 때

아버지가 사다 주신 오뚝이 인형으로

재미나게 놀던 그 기억까지도

엄마는 이미 지우셨을 테지만

아스라한 기억 속 저 깊은 곳 어딘가에는

엄마만의 귀한 보물의 샘이 있어서

모든 기억들이 샘물처럼 고여 있겠죠

엄마는 다만 샘터 열쇠를

어딘가에 놓고 잃어버리셨을 뿐


그러고 보니 엄마가 점점

올빼미를 닮아가시나 봅니다

올빼미는 늘 혼자 지내며

낮에는 움직이지 않고

나뭇가지에 앉아 가만히 지내다가

해 지고 밤이 오면 제 세상 만난 듯

날개 펴고 움직인다고 하죠


올빼미의 성향을 MBTI로 보면

INTP와 비슷하다고 해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하며

조용하고 말이 없는 사색형이라는군요

 

지혜로운 새 올빼미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신들의 우두머리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난

아테나 여신을 상징하고 로마 신화에서는

미네르바의 올빼미로 불린답니다


철학에서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헤겔의 '법철학' 서문에 나온대요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 녘이 지나면

날개 펴고 날아오른다'라고 쓰여 있다죠


하루가 다 지나고 저녁이 되어야

번잡함의 날개 접고 고요히

지난 하루를 돌이켜보는 것처럼

철학이든 지혜든 인생이든 그 무엇이라도

지나고 나야 비로소  수 있다는 걸까요


이쯤에서 웃픈 얘기 하나~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1인이지만

'올빼미 공시'라는 말도 있다죠

공정한 주식 가격을 형성하기 위해

기업의 내용을 투자자 등에게

알리는 것이 공시라는데요


낮에는 숨죽이고 가만있다가

어두운 밤이 되어서 푸드덕

날갯짓 시작하올빼미처럼 

중요한 사항이지만 기업에 불리한 내용을

투자자들의 관심이 적은 시간

장 마감 후 또는 주말이나

연휴 직전 공시하는 거라는 말에

혼자 푸후훗 웃고 맙니다


올빼미가 들으면

아 놔 C~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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