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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12. 2024

초록의 시간 719 하고픈 거 다해

허락할게

그래 너 하고픈 거 다해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하라고 해 놓고 뒷감당 못하면

그야말로 희망고문이기도 하고

옛다~ 줬다 다시 뺏는 거나 다름없으니

함부로 선뜻 선심 쓸 수 없는 거죠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신기하고 재미난 세상에 살고 있으나

마법이 늘 이루어지는 건 아니고

남에게 쉽게 뚝딱 이루어지는 일이

내게도 이루어지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고

실망 또한 하지 않기로 합니다


세상 어느 누가 하고픈 거

맘껏 실컷 다 해가며 살 수 있겠어요

반짝반짝 금수저도 아니고

은은한 은수저도 아니니

일찌감치 깨달았죠


하고 싶은 일은 다 못하더라도

그나마 하기 싦은  중에서

하나라도 덜하며 살 수 있으면

천만다행이고 행운이고

엎드려 절을 해도 좋을 만큼

감사한 일이라고~


내가 나에게 인심 팍팍 쓰며

하고픈 일 다하라고 말할 수 있으면

참 좋겠으나 기로 합니다

아무리 프리랜서 기질의

자유분방 셀프족이라 해도

내 마음에 쓸데없는 짐까지

얹고 싶지 않거든요

그 짐의 이름이 비록

희망이라 해도~


그러나 울 엄마에게

엄마 하고픈 거 다 하시라고

말씀드려도 될 것 같아요

엄마는 최소한의 삶을 살고

기본만으로도 충분하시니

하고픈 일도 손에 꼽을 만큼이고

할 수 있는 일도 다섯 손가락이면

충분히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몇 가지 안 되니까요


엄마 하고픈 거 다 하세요

그래도 돼요

그러나 그 말씀을

차마 드리지 못합니다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떠오르지 않는데

이제 와서 새삼 하고픈 거 다 하라니

엄마가 속으로 피식 웃으실 것 같아요


그래도 엄마

우리 지금 함께 하는 이 시간

이만하면 괜찮으니 웃어도 돼요

더 바라면 욕심이니 이대로 웃으며

더도 덜도 말고 딱 이만큼만

가볍고 즐겁고 행복하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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