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너 하고픈 거 다해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다 하라고 해 놓고 뒷감당 못하면
그야말로 희망고문이기도 하고
옛다~ 줬다 다시 뺏는 거나 다름없으니
함부로 선뜻 선심 쓸 수 없는 거죠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신기하고 재미난 세상에 살고 있으나
마법이 늘 이루어지는 건 아니고
남에게 쉽게 뚝딱 이루어지는 일이
내게도 이루어지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고
실망 또한 하지 않기로 합니다
세상 어느 누가 하고픈 거
맘껏 실컷 다 해가며 살 수 있겠어요
반짝반짝 금수저도 아니고
은은한 은수저도 아니니
일찌감치 깨달았죠
하고 싶은 일은 다 못하더라도
그나마 하기 싦은 일 중에서
하나라도 덜하며 살 수 있으면
천만다행이고 행운이고
엎드려 절을 해도 좋을 만큼
감사한 일이라고~
내가 나에게 인심 팍팍 쓰며
하고픈 일 다하라고 말할 수 있으면
참 좋겠으나 참기로 합니다
아무리 프리랜서 기질의
자유분방 셀프족이라 해도
내 마음에 쓸데없는 짐까지
얹고 싶지 않거든요
그 짐의 이름이 비록
희망이라 해도~
그러나 울 엄마에게
엄마 하고픈 거 다 하시라고
말씀드려도 될 것 같아요
엄마는 최소한의 삶을 살고
기본만으로도 충분하시니
하고픈 일도 손에 꼽을 만큼이고
할 수 있는 일도 다섯 손가락이면
충분히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몇 가지 안 되니까요
엄마 하고픈 거 다 하세요
그래도 돼요
그러나 그 말씀을
차마 드리지 못합니다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떠오르지 않는데
이제 와서 새삼 하고픈 거 다 하라니
엄마가 속으로 피식 웃으실 것 같아요
그래도 엄마
우리 지금 함께 하는 이 시간
이만하면 괜찮으니 웃어도 돼요
더 바라면 욕심이니 이대로 웃으며
더도 덜도 말고 딱 이만큼만
가볍고 즐겁고 행복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