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20 웃픈 이야기
길을 걷다가 우연히
길을 걷다가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이들에게
맥락 없이 주워들은
웃픈 이야기 하나~
젊고 예쁜 할머니가
귀여운 손녀 손잡고 지나갑니다
손녀가 무얼 묻었을까요
할머니의 대답이 상냥하고
다정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응~ 할아버지는 티브이 보시고
할머니는 음악 들으며 책을 읽지
무슨 책? 눈을 초롱하게
반짝이며 묻는 꼬맹이 손녀에게
이야기책~ 할머니의 대답은 단순합니다
아하 해님달님~꼬맹이는 신통방통
고개 끄덕이며 제멋대로 상황 정리
할아버지는 무얼 보시느냐고
또 꼬맹이 손녀가 묻자
할머니의 대답은 초간단
두 글자입니다 ~트롯
아하 트롯~ 꼬맹이는 신통방통
정리요정답게 트롯도 잘 안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 한 소절 흥얼거립니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길 가다 우연히 듣게 된
우아한 할머니와 똑순이 손녀의
사랑스러운 대화에
흐뭇 미소가 절로 번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하나 웃픈 이야기 ~
내 흐뭇 미소 지워버리려는 듯
동네친구처럼 보이는 두 엄마들의
하소연이 이어서 귀에 들어옵니다
우리 딸년도 그래
잘 되면 제 텃 못 되면 엄마 탓~
머리꼬리 잘린 채 들려온 이야기라서
무슨 까닭에 그런 대화가 오갔는지
잘 모르겠으나 부모자식 간에
주고받는 흔한 이야기죠
다 엄마 탓이야~
나 역시 못난 딸이라
늘 엄마 탓을 했던 것 같아요
엄마가 이렇게 낳아서
엄마가 날 이렇게 키워서~
그러나 아빠 탓은 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아버지가 더 오래 사셨으면
아빠 탓도 했을까요
아마 했겠죠
어느 친구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라
마음이 애잔해집니다
울 아버지는요~
시집간 딸 집 다니러 오셔서도
딸밥 한번 안 드셨어요
금지옥엽 보기도 아까운 딸이
밥 하느라 고생한다고
늘 밥을 사 주셨죠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니
그게 늘 마음에 걸려요~
다시 길을 걸으며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참 슬픈 법도 다 있어요
부모 마음 부모가 되어야
비로소 아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