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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13. 2024

초록의 시간 720 웃픈 이야기

길을 걷다가 우연히

길을 걷다가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이들에게

맥락 없이 주워들은

웃픈 이야기 하나~


젊고 예쁜 할머니가

귀여운 손녀 손잡고 지나갑니다

손녀가 무얼 묻었을까요

할머니의 대답이 상냥하고

다정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응~ 할아버지는 티브이 보시고

할머니는 음악 들으며 책을 읽지

무슨 책? 눈을 초롱하게

반짝이며 묻는 꼬맹이 손녀에게

이야기책~ 할머니의 대답은 단순합니다

아하 해님달님~꼬맹이는 신통방통

고개 끄덕이며 제멋대로 상황 정리


할아버지는 무얼 보시느냐고

꼬맹이 손녀가 묻자

할머니의 대답은 초간단

두 글자입니다 ~트롯

아하 트롯~ 꼬맹이는 신통방통

정리요정답게 트롯도 잘 안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  소절 흥얼거립니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길 가다 우연히 듣게 된

우아한 할머니와 똑순이 손녀의

사랑스러운 대화에

흐뭇 미소가 절로 번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하나 웃픈 이야기 ~

내 흐뭇 미소 지워버리려는 듯

동네친구처럼 보이는 두 엄마들의

하소연이 이어서 귀에 들어옵니다


우리 딸년도 그래

잘 되면 제 텃 못 되면 엄마 탓~

머리꼬리 잘린 채 들려온 이야기라서

무슨 까닭에 그런 대화가 오갔는지

잘 모르겠으나 부모자식 간에

주고받는 흔한 이야기죠

다 엄마 탓이야~


나 역시 못난 딸이라

늘 엄마 탓을 했던 것 같아요

엄마가 이렇게 낳아서

엄마가 이렇게 키워서~

그러나 아빠 탓은 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아버지가 더 오래 사셨으면

아빠 탓도 했을까요

아마 했겠죠


어느 친구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라

마음이 애잔해집니다

울 아버지는요~

시집간 딸 집 다니러 오셔서도

딸밥 한번 안 드셨어요

금지옥엽 보기도 아까운 딸이

밥 하느라 고생한다고

늘 밥을 사 주셨죠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니

그게 늘 마음에 걸려요~


다시 길을 걸으며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참 슬픈 법도 있어요

부모 마음 부모가 되어야

비로소 아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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